한때 남미 3대 경제국이었던 베네수엘라가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베네수엘라의 국가자본주의는 지난 1999년 대통령에 당선된 우고 차베스 주도로 이뤄졌다.
‘베네수엘라식’ 경제모델을 선언한 그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주의 사망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는 정유기업의 국유화와 함께 적극적인 정부 간섭에 나섰다.
이같은 베네수엘라식 모델은 차베스의 처음 집권한 1999~2001년까지는 잘 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01~2003년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차베스를 몰아내려는 쿠테타가 2002년 12월부터 2003년 2월까지 발발하면서 정치적 혼란까지 겹쳤다.
당시 국영 정유사 페데베사(PDVSA)는 가동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경제는 위기에 빠졌다.
파업으로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2003년 첫 4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실업률은 2003년 3월 20.3%까지 뛰었다. PDVSA의 직원 중 40%에 달하는 1만8000명이 해고된 영향이다.
원유 생산량은 전년 대비 5% 감소하고, 정제유는 17% 크게 줄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미국 등 원유 수입국에 약속한 수출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신뢰도도 크게 손상됐다.
차베스는 그러나 경제회복에 나서기 보다는 국유화에 더욱 열을 올린다.
그는 전체의 74%에 달하는 민간 정유사의 국유화를 목표로 삼고 2009년 5월 이들의 35%를 인수·합병한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2009년 2.9% 위축됐다.
2010년에도 위기는 이어지면서 물가상승률은 29.1%에 달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남미 경제의 자원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이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정책 실수가 원자재시장의 요동과 맞물리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자원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를 통해 창출한 이익으로 산업 다각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는 평가다.
차베스의 독선과 함께 부실한 경제정책이 더해져 베네수엘라식 국가자본주의는 결국 실패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차베스가 획기적인 해결책을 만들지 못하면 결국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궁극적으로 국유기업의 경영권 자체가 국가로부터 떨어지지 못한 것도 베네수엘라식 모델의 실패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차베스는 오는 10월 예정된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졌다.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는 미란다주 주지사 엔리케 카프릴레스 라돈스키 후보는 자유시장경제 신봉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차베스를 제치고 당선될 경우 베네수엘라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