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입력 2012-03-20 09:0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치와 거리둔 채 끝없이 공부하며 살겠다"

“어서오세요”

먼저 온 손님을 보내고 잠시 기다리고 있던 기자를 맞는 그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넘쳤다. 과천을 떠나 서울 여의도에 ‘尹경제연구소’를 연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여의도 사랑방엔 여전히 손님들이 많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근황부터 물었다. 윤 전 장관은 “퇴임 후 자유를 즐기고 있죠. 정말 자유를 즐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유’와 그걸 ‘즐긴다’는 말을 두 번 반복할 정도로 그는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만끽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도 여의도는 여의도다. 대한민국 정치와 금융의 중심에서 그가 한가로이 자유를 즐긴다고 한 말을 그대로 믿기가 힘들어 다짜고짜 물었다.

“국회와 거리가 가까운데요…”

기자의 질문을 곧바로 알아들은 윤 전 장관은 아무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정치 쪽과는 거리를 확실히 두고 있습니다. 여의도에 사무실이 있지만 국회는 아직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오해받을까봐.(웃음) 국회에서 출판기념회 하는 사람들이 오라고도 하는데 선을 딱 그었습니다.”

그는 “다들 그렇게 오해들 하는데, 두고 보라구”라고 말하면서 여의도 정치에 대한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배들의 부탁은 차마 거절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시즌이라 국회의원들 말고 관료생활을 했거나 전문직에 몸담고 있다가 뜻을 가지려는 후배들의 출판기념회 같은 곳은 격려하러 갑니다”라고 애뜻함을 표시했다. 물론 언론에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야 한다.

그래서 또 물었다. “그럼 국회 앞에 연구소 차려 놓고 뭐하시냐고”

윤 전 장관은 여의도가 서울 강남이나 시청 쪽 보다 훨씬 공부하기 좋은 곳이라 했다. 시내는 오며 가며 아무 사람이나 다 들를 수 있지만 오히려 여의도는 작정해야 올 수 있는 곳이어서 근처에 방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8년째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헬스클럽을 다니기도 했고, 마치 여기 근처에 방이 비어서 얼른 잡았지. 여의도 공원 산보하기도 아주 좋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윤 전 장관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공부였다. 퇴임 당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상관관계에 대한 공부를 해보겠다고 한 후 이 분야에 대해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고 했다.

공부에 대한 철학은 크게 다른 게 없었다.

“공부 아무리 많이 해도 항상 모자랍니다. 인생이 뭡니까? 끝없이 배우다 가는거지. 배움에 있어서 만족한 상태라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G20 등 국제회의 나가면 지식의 빈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항상 후배들에게 ‘젊을 때 공부 많이 해라’, ‘책 뿐만 아니라 여행도 많이 하고, 사람 많이 만나고 밤잠 설쳐가며 자료 보고’ 등등 종합적인 인식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요즘은 현직에서 읽지 못했던 책을 다양하게 본다고 했다. 말그대로 ‘잡식’. 윤 전 장관은 경제관련 서적은 물론 정치와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닥치는 대로 소화한다. “내가 어딜 가도 여러 분야에 대한 식견을 갖고 있다고 사람들이 그러더라구. 그러니 기자들하고도 소통이 잘 됐지.”

윤 전 장관이 퇴임한지 벌써 9개월이 지났다. 항상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움직였던 사람이 그게 없어지면 허전할 만도 한데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 동안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써도 괜찮지 않겠냐고 했더니, “이런거 저런거 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아직 좀 일러요. 떠난지 1년도 안됐는데 후배들한테 부담주면 안되거든. 이렇게 인터뷰도 안하고 침묵하고 있는 것도 현직에 있는 사람에게 간섭하는 걸로 비춰지기 싫어서다. “1년 이상의 침묵은 경제 관료들의 도덕률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후배 사랑은 각별하다. 아니 관료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공직생활 하는 동안 우리나라 경제 관료들이 능력과 성실함에 있어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했다.

“2차 대전 이후 이만큼 빠른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가 없습니다. 물론 기업과 정부, 국민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노력한 결과였겠지만, 그 중 관료들도 산업화에 기여했고 국제사회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았던 사람들입니다.” 무조건 철밥통이라 몰아세우면 참지 않았던 그의 평소 소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의 향후 계획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윤 전 장관은 ‘尹경제연구소’를 사랑방처럼 운영하겠다고 했다. 책보고, 사람만나고, 토론하고 현직에서 하지 못했던 다양함을 지금 자유인으로서 충분히 누리겠다는 거다.

자유인 윤증현. 공직을 천직으로 알았던 그가 새로운 옷을 입은 지금 새로운 인생을 위해 잔뜩 웅크리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더 우울해진 한국인…10명 중 7명 "정신건강에 문제" [데이터클립]
  • ‘최애의 아이 2기’ 출격…전작의 ‘비밀’ 풀릴까 [해시태그]
  • '바이든 리스크' 비트코인, 5만5000달러로 급락…4개월 만에 최저치 내려앉나 [Bit코인]
  • 현아·용준형 진짜 결혼한다…결혼식 날짜는 10월 11일
  • '우승 확률 60%' KIA, 후반기 시작부터 LG·SSG와 혈투 예고 [주간 KBO 전망대]
  • 맥북 던진 세종대왕?…‘AI 헛소리’ 잡는 이통3사
  • [기회의 땅 아! 프리카] 불꽃튀는 선점 전쟁…G2 이어 글로벌사우스도 참전
  • 국산 신약 37개…‘블록버스터’ 달성은 언제쯤? [목마른 K블록버스터]
  • 오늘의 상승종목

  • 07.0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0,174,000
    • -0.93%
    • 이더리움
    • 4,272,000
    • +1.21%
    • 비트코인 캐시
    • 468,500
    • +3.31%
    • 리플
    • 613
    • +0.82%
    • 솔라나
    • 197,700
    • +0.97%
    • 에이다
    • 522
    • +3.16%
    • 이오스
    • 726
    • +1.82%
    • 트론
    • 178
    • -2.2%
    • 스텔라루멘
    • 122
    • -2.4%
    • 비트코인에스브이
    • 51,350
    • +0.88%
    • 체인링크
    • 18,600
    • +4.03%
    • 샌드박스
    • 419
    • +0.4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