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은퇴설계, 이젠 사회적 화두…정부·금융기관 함께 고민"

입력 2012-03-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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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이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은퇴설계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강창희 미래에셋금융그룹 부회장,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박형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사진=임영무 기자)
100세 시대를 맞아 베이비부머(1955~1964년생)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은퇴는 곧 현실이자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각종 매스컴과 금융사들이 100세 시대 은퇴설계 준비 자산관리 방법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당장 먹고 살기 바쁜 대부분 일반 시민들에게는 먼 나라의 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이투데이는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이투데이 6층 회의실에서 100세시대의 은퇴설계를 주제로 좌담을 진행했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 강창희 미래에셋부회장(투자교육연구소장 겸 퇴직연금연구소장),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박형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성명 가나다순)이 참석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 은퇴설계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사회적 화두로서 반드시 정부·금융기관·기업·개인 등이 여러 측면에서 동시에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신동민 증권팀장)=요즘 자산관리, 은퇴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강창희 미래에셋 부회장(투자교육연구소장 겸 퇴직연금연구소장)=10년전부터 강연마다 ‘장수 리스크’를 얘기했는데, 다들 ‘그게 뭐냐’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2~3년전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장수 리스크의 근본적 이유는 좌담 제목처럼, ‘100세 시대’다. 60세까지 일하다가 65세에 세상을 떠나던 과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고령화와 함께 저금리도 중요한 요인이다. 예전에는 예금과 부동산만으로 재테크가 가능했다. 하지만 금리 3%~4%가 일반적인데다 부동산 전망이 어두운 현 상황에서는 다른 전략이 필수적이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은퇴 화두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된 작년부터 부쩍 늘었다.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많다 보니, 개인 문제인 은퇴가 사회적 담론으로 커졌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인구가 많다는 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위·아래 세대와 다른 부분들에도 주목해야 한다. 베이비부머들은 부부가 모두 대학 졸업자인 경우가 보편화된 첫 세대이자, 대부분 서울에 살다 보니 돌아갈 고향이 없는 세대다. IMF 시기가 겹치면서 금리가 급격히 떨어져, 원금과 이자를 나눠 쓰는 연금이 팔리기 시작했다. 때문에 물려줄 것이 없으니, 이번에는 목돈을 주는 종신보험이 팔리기 시작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동창회에 나가 보면 주요 주제가 ‘이제 어떡해야 하나’하는 고민이다.

▲박형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며칠 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일본은 우리보다 15년 정도 고령화가 빨리 진행됐는데, 일본의 금융기관은 특별히 준비한 것이 없었다. 이유가 뭘까 보니, 일본은 고령화가 먼저 이뤄진 후 단카이세대의 은퇴가 진행됐기 때문이었다. 1970년 평균수명 70년과 2010년 평균수명 100년을 고려하면 10년마다 5년씩 수명이 늘어난 셈이다. 100세를 산다는 막막함에다 은퇴가 현실화된 데 대한 절박감이 더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베이비부머들은 가장 많은 부를 창출하고 쌓아 둔 세대다. 그간 축적한 자산으로 어떻게든 잘 해보면 방법이 있다. 그에 비해 지금의 20대-30대는 그림조차 안 그려지는 세대다.

-그렇다면 현재 은퇴준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박 소장=암에 걸렸을 때, 사람은 분노·수용의 단계를 겪는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은퇴에 대한 정부 차원의 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하다. 은퇴를 겪는 중년기는 사춘기 이상의 고민을 가진 세대다. 그러나 사춘기와 비교해 중년기 스트레스에 대한 프로그램은 전혀 없다. 몇몇 회사들은 예비 은퇴자들에게 교육 등 자립을 돕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은퇴자 재취업 지원조차 젊은층과의 갈등 등 문제로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강 부회장=동의한다. 극히 일부 몇몇 기업 외에는 퇴직교육이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은퇴를 위한 교육이 관행화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은퇴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정년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기 때문에 은퇴교육이 가능하다. 40대 접어들면서 ‘언제 잘릴까’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다. 개별 기업을 넘어선, 사회전체적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

▲김 소장=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는 왜 은퇴준비를 못하는지 조사해 봤다. 답은 여러 종류였지만 결국 준비할 여력이 없다,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두 부류였다. 은퇴준비 여력이 없다는 답은 ‘쓰고 남는’ 것이 내 은퇴 자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고 권하면 ‘애들은 안 가르치느냐’고 되묻는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미루다 보면 은퇴준비를 위한 돈은 남을 수가 없다. 은퇴설계를 하려 해도 방법을 모르겠다는 두 번째 답은 사회적 고민을 요구한다. 정부는 물론 금융기관들도 은퇴 후 삶에 대한 철학을 갖고 일반인들에게 여러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은퇴 설계에서 금융기관의 역할은

▲강 부회장=일본 가계 금융자산의 70% 이상을 60세 이상의 고령 세대가 갖고 있다. 2경원이 넘는다. 이들은 무서워서 돈을 쓰지도 못하고 그저 예금에만 넣어두고 있다. 필요한 곳으로 돈이 돌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지만 현실은 금융회사에 가서 은퇴설계 상담받기 겁난다는 말이 많다. 어느 정도의 상담료를 내도 좋으니 순수하게 상담만 해 줄 사람을 만날 수 없냐고들 주위에서 묻는다. 미국의 예처럼 그런 기관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테고, 금융기관 스스로도 투자자들의 불신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박 소장=공감한다. 수십년을 믿고 맡길 금융회사로서의 신뢰를 쌓은 회사가 아직 없다. 고객이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판매로만 연결한다는 불신에 대해 각성해야 한다.

▲김 소장=현재는 금융기관들도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확정금리가 아니라면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극단적 상품 대신, 원금 전체는 아니지만 90%까지는 보장하고 남은 10%로 기대수익을 높여보겠다는 등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제도 개선 등, 정부에 바라는 지원이 있나

▲박 소장=우리나라 투자교육은 없는 것과 다름없다. 현실적 내용을 제대로 만들어 의무적으로 보게 해야 한다. 또 노후대비에 일정 수준을 투자하도록 강제 정책이라도 써야 한다. 현재 인센티브로 존재하는 소득공제는 오히려 허들처럼 여겨지는 역기능도 있다. 400만원까지 공제해주는 경우 400만원을 납입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소득공제 한도를 두세 배는 늘려야 한다. 또 퇴직금을 은퇴시기 이전에 쓸 수 없도록 정책적 제한과 사회의 인식 개선이 꼭 필요하다.

▲김 소장=지금 정부는 일반 대중만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수요가 다르다. 솔루션의 다양성을 줘야 한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보완되면 금융기관 사이에 서비스경쟁이 일어나 소비자편익이 늘어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은퇴문제는 부동산과 관련이 깊다. 살면서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역모기지 방식이 일반화되고 다양한 회사가 있는 유럽이나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사례를 참고해 전체적으로 어떤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강 소장=국민연금은 계속적으로 조정을 해 와서 더 이상 손대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퇴직연금은 손 볼 내용이 많다. 인센티브를 동원하든, 법적 강제 규정을 두든 55세까지 소진하지 않고 끌고 갈 수 있는 정책적 방향이 절실하다. 또 IRA계좌는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 투자할 수 없게 돼 있는 등 황당한 규제가 너무 많다.

-은퇴자들은 자산 비중을 어떻게 짜는 것이 좋을까.

▲강 부회장=확실하지 않은, 질병에 대한 리스크는 보험으로 해결하고 기본적 생활비는 연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고 싶으면 재테크를 하라.

▲강 소장=개인의 상황마다 다르다. 그러나 ‘무조건 수수료가 싼 상품으로 가라’는 팁은 모두에게 유효하다. 90년을 산다고 볼 때, 30세에 저축을 시작했다면 60년짜리 재무 투자다. 60년간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장기적 자산축적을 위해서는 ETF 같은 펀드도 추천할 만하다.

▲박 소장=장기채권을 꾸준히 쌓아가는 전략이 제일 좋다. 자산과 부채 쪽 수익률을 생각하면 장기금리 올라가서 평가손익이 어떻게 변하고 등등의 고민은 어리석다. ELS등을 이용해 플러스알파(+α)를 늘리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 은퇴설계를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

▲강 부회장=많은 사람들은 은퇴 10년 전부터 노후를 대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루에 커피 한 잔 값인 4000원만 아껴도 한 달 12만원, 1년 144만원이 모인다. 6% 수준의 금리와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매일 커피 한 잔을 덜 마시고 30년 후 2억원을 모을 수 있다. 일찍 시작할수록 쉽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20대 후반에 일본에서, 노인들이 허드렛일을 하는 것을 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노후대비까지 완벽히 하기는 어렵다.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라. 사실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계속 현역에서 일하는 것이어서 허드렛일이라도 일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조성돼야 한다.

▲강 소장=동의한다. 은퇴 없는 노후가 가장 좋다. 은퇴라는 말은 1935년 미국에서 국민연금법 등 사회보장제도를 손질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산업사회 전에는 은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근로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재테크다. 임금제도나 근로시간제의 탄력적 변화 등 다양한 부분이 변화해야 은퇴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김 소장=은퇴 직후 5년이 가장 중요하다. 삼성의료원의 조사에 따르면 50대 남성의 사망원인은 암·자살·뇌혈관질환 순이다. 황혼이혼율도 높아지고 있다. 은퇴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은퇴사기’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시장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중소기업청의 조사에서는, 은퇴자들이 많이 시도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70%가 개설 5년 이내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을 제대로 못 넘기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모든 시기가 중요하지만 특히 은퇴 후 5년을 조심해야 이런 사태를 겪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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