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금융기관 CEO 임기 보장돼야

입력 2012-03-12 09:24 수정 2012-03-1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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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금융부장

노무현 정부가 한창 힘을 쓸 때 한 고위 공직자가 ‘100만원 촌지’ 때문에 옷을 벗은 일이 있었다. 당시 옷을 벗기는 과정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사정기관이 암행(暗行)을 하고 있다 범죄현장 급습하듯 사무실에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액수를 떠나서 고위 공직자가 돈을 받은 건 잘못이다. 그렇다고 30년 동안 나라를 위해 봉사한 사람을 조직폭력배 소탕하듯 취급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즉 사정(司正)에도 품격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너무 체통 없이 행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뜬금없이 사정(司正) 얘기를 꺼낸 건 어느 덧 또 정권말기가 됐기 때문이다. 한 정권이 지고 새로운 정권이 부상하면 우리 사회는 어김없이 사정 한파에 휩싸였다. 사정의 화살을 맞는 사람 중에는 정말 잘못한 사람도 있지만 정권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통계가 없어서 그렇지 아마도 후자가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권말 한풀이 인사는 이제 그만 = 권력의 속절없음을 알아서 일까, 사회 곳곳이 뒤숭숭하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누구는 MB맨 이기 때문에, 누구는 날개 꺾인 권력실세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는 이런 사람들이 중용한 사람이기 때문에 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중에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은 아마도 어윤대, 이팔성, 강만수 등 금융지주 수장들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김승유 회장을 포함해 금융권 ‘4대 천왕’ 이라고 부르고 있다.

정권말기가 되면서 이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과연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느냐는 데 쏠리고 있다. 어 회장은 내년 7월이 임기만료이고 이 회장과 강 회장은 2014년 3월에 가야 임기가 끝나게 된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어 회장은 5개월, 이 회장과 강 회장은 13개월 동안 새 정부, 또는 새 정권과 함께 일을 해 나가야 한다.

비단 지주사 회장 뿐 아니라 상당수 금융권 인사들이 이 같은‘권력-임기 불일치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 정권도 과거 정권과 다르지 않다면 이들 중 상당수는 한(恨)을 품고 짐을 챙겨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제는 한풀이를 끝내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다 해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수장을 교체하는 건 또 다시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것이다. 과거 정권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사(人事)로 화풀이를 하면 훗날 더 큰 보복을 받게 될 것이다. 한을 품고 사표 쓰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건전하지 못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금융 분야는 더 더욱 그렇다. 최근 들어 개선되긴 했지만 금융 분야야 말로 권력의 시녀였다. 권력에 따라 행장 자리가 좌지우지 됐고, 심지어 주총 하루 앞두고 행장 내정자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보니 리더가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금융 산업을 낙후시킨 가장 큰 요인이었다.

◇CEO 승계시스템 정착에 힘 쏟아야 = 그랬던 금융 산업이 이제 좀 방향을 잡고 있지 않은가. 과거엔 엄두도 못 냈던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고민하고 자력(自力)으로 회장이나 행장을 배출하게 되지 않았는가. 더 중요한 건 초일류 금융회사를 만들기 위해선 CEO 승계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그 깨달음이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또 정치과 관치의 바람이 분다면 그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제 금융은 금융전문가에게 맡겨놓자. 자리 몇 개 만들기 위해 또 다시 이리 저리 휘 젓는다면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 수 없을 뿐더러 역사적으로 큰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노파심에서 한 마디 한다면 앞서 언급한 지주사 회장들은 과오가 없는 한 임기를 보장 주는 게 맞다. 더 나아가 금융회사 발전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면 독립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무방하다. 회장들 또한 지배구조가 은행산업 발전에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원활하게 후계자 승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시간적으로 당장 차기부터 적용할 수 없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연구를 해야 한다. 신한금융지주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의뢰한 게 좋은 케이스다. 금융기관 스스로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쏟으면 정치와 관치의 바람이 불 여지가 줄어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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