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마음에 전해지는 말

입력 2012-03-12 09:11 수정 2012-03-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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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성 배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참 오래전부터 해왔다. 왜 ‘말’이 아니고 ‘글’일까?

어릴때는 말보다 글이 내 뜻을 더 정확히 표현하기가 더 쉽다고 생각했다. 말이 많아지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달라졌다. 글로 어떤 생각을 풀어간다는 것 자체가 언제부터인지 고역이 됐다.

‘예능’이라는 장르가 방송가의 주류로 자리잡게 되면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생각하지 말고 던져라!’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생각없이 행동하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이렇다. 생각이 머리를 거치는 그 촌각을 다투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대중들은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생각 속에서 걸러진 순수한 말은 타인을 자극시키기에 둔감해 지고 만다. 결국 생각하고서 하는 말들은 방송가, 특히 예능 장르에서 ‘죽은 말’이나 다름 없다.

결국 지금의 대중이 원하는 말이 자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꼭 그래야만 할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우리의 착각이 만들어 낸 일종의 환상이다. 그 환상은 이렇다. 공격적인 말로 상대 혹은 대중을 궁지로 몰가는 능력을 매력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온라인 속 댓글들 속에서 이른바 ‘베스트 댓글’이 되기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상처를 입히는 글, 상식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말도 상관없다. 생각없는 말은 온라인을 휩쓸고, 온라인을 뒤덮은 보이지 않는 폭력은 여러명의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자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군자는 입을 아끼고 범은 발톱을 아낀다’고 했던가.

지금은 배우로서 생활하지만 한때 참 말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도 하루에 사용할 알찬 몇 마디 말과 내 생각을 머릿속으로 수없이 정리하고 또 정리해서 흐트러짐 없는 의견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당시 머리 속으로 꼼꼼히 되뇌이고 또 되뇌었다. 이 말에는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아 누구에게 전달될까. 또 앞으로 이 말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까. 혹시 이 말로 인해 내가 생각지 못한 부작용은 없을까. 이는 비단 내가 전공한 것이 철학(한국외대)이서만은 아니다.

‘말의 재미’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자. 특별한 재주가 없어도 ‘웃기는 말’로써 대중들에게 웃음을 전할 수 있는 ‘예능인’이란 새로운 직업군의 출연이 그 의미의 포괄적 울타리가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는 시대에 역행하는‘교양인’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확실히 말 할 수 있다. 나 자신을 내던진다고 던져봐야 본성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 같은 거.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넘겨 짚고 가야 할 것이 있다. 본래의 기능과 의미를 상실할지도 모르는 말의 의미를 나는 한 번은 되새겨 볼 것이는 것을.

말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요술램프’다. 말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의 도구여야 한다.

말은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앞으로 부족하겠지만 배우로서 한마디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전해지는 말을 할 수 있기를 나는 바란다.

/배우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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