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주 감시 파수꾼]"주가조작 꼼짝마" 매의 눈으로 '작전'잡는 사람들

입력 2012-03-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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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움직이는 주가 보면 투자자 패턴 한눈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직원이 주가 그래프를 통해 시장을 감시하고 있다.(사진=임영무 기자)
지금껏 인터뷰를 위한 만남 중 가장 비협조적인 사람은 정보보안 전문가였다. 개인적으로야 정말 친절했지만, 인터뷰 과정에서는 소소한 물음에도 답을 피했다. 방어전략이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해커들은 그 부분을 노려 뚫고 들어온다고 했다. 얼음깨기 질문(ice breaking question)으로 던진 “퇴근이 많이 늦으시죠?”에도 그는 “출퇴근 시간을 말씀드리면 그 시간대를 해커들이 노리기 때문에 답하기 어렵습니다”라는 말로 입을 닫았다.

김을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심리부 기획심리팀장이 꼭 그랬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국내 유일의 매매분석기관으로서 독보적 영역을 갖고 있다.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경우를 발견하면 정밀 분석해 혐의를 잡아내는 ‘파수꾼’이 그의 역할이다. 모니터 앞에서 데이터만을 보고 ‘작전’을 귀신같이 집어내는 비결이 궁금했다.

그러나 김 팀장은 “매매창·호가창에서 움직이는 주가들을 보면 투자자의 심리와 패턴을 읽을 수 있다”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그는 “작전세력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우리가 적발한 패턴을 공개하면, 다음번 작전에서는 그 패턴을 변형시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미 알려진 과거의 수법만 얘기할 수 있을 뿐, 작전 세력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최신 시장 트렌드에 대해서는 조금의 힌트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대신 기본 수사방침을 공개했다. “경제적으로 사고하는 투자자는 가능한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고자 하지만, 지속적으로 비경제적인 거래를 하는 시장 참가자들이 있다”며 “여러 계좌가 이런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인다면 심층 분석해야 한다”는 것.

특히 최근에는 여러 계좌가 연계돼 분업하면서 감시의 눈을 피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종목·계좌를 동시에 확인해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김 팀장은 “과거에는 걸리는 기간이 길고 돈도 많이 드는 아날로그식 작전을 주로 했다면 지금은 테마주 등을 이용한 신종 시세조종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작전세력을 잡기 위해 거래소도 함께 진화한다. 시장감시위원회는 시장이론·통계·재무이론 등을 종합한 시장감시시스템을 이용한다. 지난해 개발한 ‘통합 비주얼 분석 시스템’은 여러 계좌에서 분산돼 들어온 각 주문들이 어떻게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시각적으로 밝혀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해외 거래소들에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학계·업계·금융감독원·검찰 등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간담회와 공동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혐의가 적발된 계좌를 조금이라도 빨리 잡아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야근과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 팀장은 “사건을 처리하려면 시도때도 없이 일할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지체돼 증거가 인멸되면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테마주가 갑자기 등장하는 중대사건이 생기거나, 급등주에 편승하려는 세력이 많은 급등장 때가 특히 바쁘다고. 반대로 침체기에는 소문이나 테마를 유포하는 세력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이런 혐의자들을 잡아 정보를 이용한 분석을 끝내고 불공정거래의 혐의가 높다고 판단되면 거래소는 금융위원회로 통보하고, 금융위원회는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거래정지 등 조치가 내려질 경우, 선량한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 거래소는 예방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불건전주문이 의심되는 경우 거래증권사를 통해 해당 투자자에게 경고하거나, 조회공시를 강화하고 투자주의·투자위험 등 시장경보제도를 적극 이용하겠다는 것.

이 예방조치도 역시 기획심리팀의 업무다. 8명으로 구성된 팀이 1000개가 넘는 종목들을 감시하니 바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혐의를 잡아내는 데 희열을 느낀다”며 “안 풀리던 수학문제의 답이 보이는 순간의 기쁨”이라며 미소지었다. 김을수 팀장은 최악의 인터뷰이(interviewee)가 분명했지만, 지난해 시장감시활동 실적이 4103건으로 전년보다 70.6%나 늘어난 이유는 불친절한 인터뷰 덕에 더욱 확실해졌다. 답변을 피하며 양해를 구하는 내내 “건전 시장에 일조한다”는 그의 자부심이 반짝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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