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다음달 승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승유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종열 사장 사임 이후 하나금융 내부에선 연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반면 금융당국은 김 회장의 연임에 대해 에둘러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김 회장의 입장은 불분명하다. 김 회장은 자신의 연임 여부에 대해 아직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한 고위 관계자도 “김승유 회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모호하다”면서 “김 사장 사임 이후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나금융 안팎에선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김 회장이 1년 더 임기를 연장해 4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하나금융의 2인자이자 ‘포스트 김승유’의 대표주자였던 김종열 사장의 용퇴 선언 이후 김 회장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인수 후 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에 김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2일 열린 하나금융 경영발전보상위원회(이하 경발위)를 연임 논의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음달 초 하나금융 이사회와 3월 주총을 앞두고 연임 움직임이 본격화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사외이사들도 김 회장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간에 ‘화학적’ 결합까지는 아니더라도 ‘물리적’ 결합까지는 끝을 맺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외환은행 인수 후 안정화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김 회장이 연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사외이사들이고 그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 회장이 용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하기 전에 특혜론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김 회장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김승유 회장도 인수 성패를 떠나 연임에 연연하지 않는 게 뒤탈이 적은 길”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일부 사외이사들도 “김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나면 물러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사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슷하게 이사회가 사퇴의사를 밝힌 김 회장의 마음을 돌리는 형식으로 연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견해가 현재로선 더 많다.
하나금융 내부 규준은 등기이사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있다. 첫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연임할 때는 임기를 1년 단위로 연장토록 규정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05년 하나금융 출범 당시 회장직을 맡은 뒤 2008년과 2011년 3월 두 차례 연임했으며 올 3월까지가 임기다. 김 회장은 1943년 8월생으로 2013회계연도 말인 내년 3월까지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한편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론스타의 자본성격과 상관없이 내달 중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