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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는 한국형 전쟁 영화의 새 장을 연 강 감독의 전작 ‘태극기 휘날리며’(2003)의 확장판에 가깝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의 주인공 ‘진태’나 ‘마이웨이’ 속 준식은 어딘지 닮았다. 같은 배우, 같은 소재, 비슷한 캐릭터가 주는 익숙함이 우선 마이너스다. 현재→과거→현재로 이어지는 시점 이동도 이미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본 형식이다. 사건 속 반전도 우연적 요소가 너무 많다. 스토리 동력을 떨어트리는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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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된 무대는 2차 세계대전. 전쟁 뒤 런던올림픽. 누군가의 뒷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올림픽 마라톤 선수다. 이름은 김준식(장동건). 결승선을 향해 폭발적인 스퍼트를 내며, 시간은 과거로 흘러 1930년 일제 강점기 치하 조선의 경성. 도쿄에서 할아버지가 사는 경성으로 이사 온 타츠오(오다기리 조)는 할아버지 집안일을 돕는 집사 아들 준식과 운명적 대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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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좋아하는 두 사람은 청년이 될 때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승패를 주고받는다. 그러던 중 준식의 아버지 실수로 타츠오 할아버지가 사망한다. 그 일로 준식 아버지는 경찰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고 불구가 된다. 이후 철천지원수가 된 두 사람은 사사건건 대립한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 준식은 일본군에 강제 징집된다. 이어 전쟁터에서 타츠오와 운명적 대면을 다시금 한다.
‘마이웨이’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전장의 극한을 스크린에 담아낸 강 감독이 7년간 참아온 연출 욕구를 폭발시키듯 사실감 극대화에 주력한다. 노몬한 전투 장면에선 제작진이 제작해 실제 운행이 가능하다는 탱크가 뿜는 포화로 군인들의 살점과 팔 다리가 떨어져 스크린에 흩날린다. 사실감을 넘어 섬뜩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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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포로를 실은 시베리아행 열차 장면은 어떤가. 정교함을 넘어 실사를 의심케 할 정도이기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전북 새만금 401㎢ 지역에 세운 ‘독소전’ 세트는 유럽 및 할리우드가 만든 2차 세계대전 영화의 미장셴과 견주어도 그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다. 하이라이트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신은 유럽 라트비아 현지에서 약 1달 간 공을 들인 시퀀스다. 이 부분 제작비만 무려 300만 달러(한화 약 35억원)가 들었다. 일반 상업 영화 한 편 제작비가 고스란히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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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145분 동안 화면에서 펼쳐지는 장면 장면이 한국영화의 한계점으로 여겨진 ‘규모’와 ‘사실감’을 비웃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두 시간 반에 가까운 상영 시간을 받쳐 줄 스토리가 형체뿐이다. 그나마 형체뿐인 스토리도 다시 4개 단락으로 가지런히 줄을 세워놨다. 기승전결 혹은 단계별 폭발력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뒤흔들어야 할 스토리가 이른바 ‘병렬구조’로 맞춰져 버렸다. 빠른 장면 전환 대비 스토리 동력 자체에 힘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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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준식이 위기시마다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일종의 전환 장치도 자연스럽기 보단 강압에 가깝다. 때문에 초반 사건 이후 전환 시점이 예측될 정도로 구조상의 허술함이 보인다.
평면적 캐릭터도 약점이다. 강 감독의 전작 ‘태극기 휘날리며’는 진태(장동건)의 감정 변화에 집중해 관객들의 이입을 유도했다. 하지만 ‘마이웨이’는 포커스가 인물이 아닌 사건에 맞춰졌다. 심지어 그 사건 안에 인물들을 억지로 구겨 넣은 모양새가 강하다. 결국 복합적인 내면을 지닌 타츠오가 압착기에 눌린 듯 후반부로 갈수록 밋밋해 진다. 결국 준식과 타츠오의 관계 변화에 설득력을 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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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관계 변화를 짐작케 하는 요소가 영화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너무 강한 미장셴 묻힌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한 향수 자극이다. 같은 시점 이동, 그리고 같은 감독과 같은 배우는 관객들에게 ‘유사성’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밖에 한중일 ‘쓰리 톱’ 중 한 명인 중국 여배우 판빙빙의 어이없는 출연 분량과 캐릭터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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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인권이 맡은 ‘종대’의 경우 삶의 회오리 속에 점차 스스로를 무너트리는 모습이 사실적이다. 개봉은 오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