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티베트에서 만난 다양한 삶의 방식

입력 2011-11-28 12:26 수정 2011-11-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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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더거

지프차를 타고 ‘인류 최고(最古)의 교역로’ 차마고도를 며칠에 걸쳐 달렸다. 쓰촨성 청두에서 티베트 라싸까지 2140㎞ 이어진 촨장북로(川藏北路)를 따라 쓰촨성 내 마지막 도시인 더거(德格)로 향했다.

더거는 티베트 목각인쇄의 발원지이다. 티베트어로는 더거바궁, ‘경문’을 인쇄하고 소장하는 장소’란 의미를 지닌 인경원이 있다. 1729년 더거법왕이 세운 인경원은 수많은 종류의 티베트경전들이 인쇄되었고 티베트 전역으로 전해졌다. 이곳이 소장한 목판은 예술적 수준과 가치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역대 티베트 목판 제작 기술을 잘 보존하고 있다.

인경원이 지닌 역사, 문화, 존재 가치에 비하면 규모는 지나칠 정도로 아담했다. 1층에는 작은 사원, 목판 제작소와 인쇄에 사용된 목판을 세척하는 장소가 있고, 2층에는 목판의 보관소와 인쇄소가 전부였다. 여기에 오느라 험한 길에서 엉덩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울퉁불퉁한 산길에서 테크노댄스는 또 얼마나 춰댔다고. 달려온 길에 비하면 인경원은 조금 허무했다.

그래도 더거의 거리에서, 골목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만은 흥미진진했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전거 여행’이 선풍적인 인기였다. 촨장공로에서 이미 여럿 목격했다. 두 발로 바퀴를 돌릴 수 있는 어린아이 때부터 쭉 자전거를 타고 애용해왔으니 장기여행에서도 자전거는 두려움 없이 선택하는 교통수단이었다. 더군다나 국적이 ‘중국’인 중국 젊은이들에게 티베트허가증은 애당초 필요치 않았으니 자전거를 타고 촨장공로를 날렵하게 넘나든다.

2140㎞를 한달에 걸쳐 여행할 계획이라는 27세의 청년을 더거 거리에서 만났다. 내 눈에는 무모해 보이는 이 여행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냐 물었더니, 그 청년의 답이 걸작이다. 스스로의 인내와 한계를 시험해보는 장이요, 도전하는 패기와 용기가 절정인 자신은 신체 건장한 중국의 보통 청년이란다.

인경원에서 나와 한차례 티베트 전통 장신구 쇼핑에 빠졌던 우리 일행. 저녁을 먹고 몇 개 더 사고 싶다는 이가 있어 한차례 대량(?) 구매를 했던 상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벌써 문을 닫았다. 아직 8시도 안됐는데. 티베트인 여주인이 중국어도 잘 하고 목걸이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솜씨 좋게 척척 만들어주는 데다가, 선물용일 테니 예쁘면 좋겠다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까지 해줬다. 다시 그녀에서 물건을 사지 못하는 게 서운했을 만큼 그녀의 서비스는 돋보였다.

마침 문을 열어놓은 옆 상점으로 들어갔다. 고른 천주(天珠)를 목걸이로 만들어 달라니까 여주인이 당황한다.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단다. 그녀와는 의사소통조차 쉽지 않다. 그녀는 티베트인이고 티베트어밖에 모른단다. 옆에서 이 광경을 쭉 지켜본 그녀의 남편이 중국어로 “죄송해요. 이 사람이 장사에는 영 소질이 없어요. 그래도 마음은 참 고운 사람이에요.” 한다. 그리고는 따스한 눈길로 부인을 바라보며 사람 좋게 웃었다.

“저래서 어디 장사가 되겠어요?” 물건을 사고 나오면서 우리 일행은 그녀를 걱정했다. 처음 물건을 샀던 가게의 여주인과 비교하면서. 하지만 이도 각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중국말을 못하는 거야 지역 주민만 상대한다면 문제랄 것도 없다. 부족한 부인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감싸주는 남편이 옆에 있으니 행복할 것이고. 다양한 삶의 방식과 태도가 세상에 존재하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여행일 텐데. 진짜 부족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나였다는 반성을 여행이 끝난 지금에서 한다.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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