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⑭女행원 전성시대

입력 2011-11-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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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으로 무장…‘女행장’ 멀지않았다

# 1982년 A은행. 상고 졸업 후 바로 은행에 입사한 2년차 박은영(가명) 여행원. ‘여행원’ 직함은 ‘여자’ 행원이기 때문에 붙은 호칭이 아닌 행원 밑의 또 하나의 직급이다. 그러나 이도 무색하게 은행 안에서는 ‘박 양’으로 불려진다. 마치 종업원 취급하듯 부르는 게 속상하기도 하지만 어제 출근부를 본 이후로는 마음 속으로 삭히기로 했다. 직원들 근무일을 체크하는 출근부의 이름 순서는 연차가 아닌 ‘남-녀’순이었기 때문이다. 10년차 여자선배 이름도 일주일전에 막 들어온 남자행원 밑에 위치해 있다. 임금수준도 남자직원과 다르다고 하니 박 여행원은 은행을 결혼하고서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는 데 만족하며 지내기로 했다.

# 2011년 A은행. 대학졸업 후 은행에 들어온지 10년차를 바라보는 김정아(가명) 과장. 외환딜러인 김 과장은 얼마전 싱가포르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아이와 남편 생각에 잠시 망설였지만 남편한테 이해를 구하고 아이와 함께 3년간의 해외생활을 하기로 결정했다. 자주오는 기회가 아닐 뿐더러 다양한 경험과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주어진 시간동안 업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앞으로 혹시 있을 승진인사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은행내 여행원의 입지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일요일에도 출근해 전화받는 ‘일직’근무를 서야했던 여행원이 아닌 전문적 지식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실무자로 거듭나고 있다.

해가 지날 수록 은행 내 여성직원의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주요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직원 총 2만1851명 중 47%, 우리은행은 1만4898명 중 45.9%, 신한은행은 1만1186명 중 30.2%, 하나은행은 9389명 중 60%가 여자 행원이다.

은행 입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고객을 응대하고 섬세한 업무 스타일을 필요로 하는 금융업의 특성상 여성 인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부행장급에서는 여성 인력 ‘기근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현재 본부장급에서 여성인력이 지속적으로 입지를 굳혀가는 것, 팀·부장급에서도 여성인력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년 내에는 국내 은행에서도 여성 부행장 나아가 여성 행장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다.

B은행 인사부 부장은 “여성 지점장들 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고, 은행 내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예전에 비해 교육기회, 승진기회가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인력이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여성 금융인을 전문가로서, 리더로서 인정하기에는 풀어야할 난제들은 남아있다. 바로, 출산과 육아 그리고 가정이다.

C은행의 한 여성임원은 “예전에 아이가 팔이 부러지졌는데 병원에 가지 않고 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라며 “당시만 생가각하면 아찔하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아직도 직장과 가정을 모두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D은행의 박 모 계장은 “10년 전 입사했던 여자선배가 2년이 주어지는 출산휴가를 두 번 연속 쓰다보니 아직 대리에 머물러 있다”며 “가끔 언제 복귀할 거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한다”고 말했다.

‘여행원 전성시대’. 여성의 능력과 자질을 인정하고 지금보다 더 가정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사회가 나눠준다면 ‘여성 행장’의 탄생. 먼 훗날의 얘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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