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이사회가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했다. 현재 90.3%인 원가보상률을 100%로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21일 지식경제부와 한전에 따르면 지난 17일 한전 이사회는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을 의결하고 정부에 인상안을 신청했다. 당일 이사회에는 사외이사 8명, 사내이사 7명 등 15명 가운데 사외이사 3명만 불참했다.
한전 이사회가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한 것은 이번 이처음이다.
한전 이사회가 정부와 협의도 않고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한 것은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으로 매년 수조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이 또 지연되면, 김쌍수 전 사장이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것처럼 추가 소송이 봇물 터지듯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한전은 지난해 말 부채가 33조4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으로 상반기에만 1조3042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이는 등 올해 적자폭이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8월 전기요금을 평균 4.9% 인상했지만 여전히 요금이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
김 전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아 회사가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소액주주들로부터 2조8000억 원대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뒤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한전 이사회의 전기요금 인상안에 정부는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지경부는 올해 안에 전기요금을 한 번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10% 인상안은 너무 높다는 반응이다.
인상폭과 시기에 대해선 전기요금 현실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야하기 때문에 한전 뜻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위기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가 정부와 사전 협의없이 논의한 것은 김쌍수 전 한전 사장의 소송에 대해 고려가 된 것 같다”며 “의결된 내용을 기초로 인상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