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5일 그간의 입장을 접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에 나서기로 했다. 대화정치 복원이라는 점에서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전날까지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조항 폐기를 거듭 주장하며 “빈손으로 오면 빈손으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냉대해 사전조율을 위해 국회를 찾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난감케 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국회 방문이 민주당 거부로 무산됐음에도 “가서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민주당은 곤혹스러워했다. 그간 이 대통령의 ‘불통’을 꼬집었던 지적이 부메랑이 돼 자신을 향한 것이다. 결국 손 대표 말대로 여론이 민주당을 압박하면서 두 손을 든 셈이 됐다.
대화는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지금 한미FTA를 두고 국론은 분열됐으며 여야는 극한 대립으로 맞서고 있다. 마치 누가 더 강경하냐의 치킨게임을 보는 듯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철수의 등장으로 기존 정치권에 경종을 울렸음에도 여야가 정신을 못 차렸다”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타협의 싹은 자랐다. 황우여 한나라당,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의 강경입장을 막는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양당 내 협상파는 강경여론의 돌팔매질을 견디며 타협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김성곤 민주당 의원은 그 옆에서 108배를 진행했다. 해머국회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18대 국회가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제 정신을 차리려 애쓰고 있다. 이들이 얼마나 더 힘을 얻느냐는 결국 여론에 달렸다.
연장선상에서 오늘 오후 있을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간 면담도 생색내기 수준이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차이를 받아들여 절충점을 찾는 계기로 발전하길 바란다. 주장만을 위한 주장,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아닌 여야 협상파의 합리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로 대화 테이블에 앉길 바라는 마음이다. 대화가 타협으로 매듭지어져 11월 15일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회로 거듭나는 날로 역사에 자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