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한 베를루스코니, 性 스캔들 고삐 풀리나

입력 2011-11-1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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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중 온갖 성추문과 부패 의혹, 망언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재정위기에 못이겨 17년 정치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성매매 재판 등 적잖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어 베를루스코니는 사임 후에도 적지않은 스캔들을 몰고 다닐 전망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경제안정화 및 개혁 방안이 하원을 통과한 직후 그동안 함께 정부를 이끌었던 각료들과 마지막 내각회의를 가진 뒤 12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지난 2008년 3번째로 총리직에 복귀한 이후에만 51번의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아 ‘불사조’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재정위기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었다.

1936년 9월2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에서 건설업으로 돈을 모은 뒤 복합 언론기업 메디아셋을 설립해 언론재벌이 됐다.

이후 베를루스코니는 억만장자 이미지를 앞세워 1994년 ‘포르자 이탈리아’라는 정당을 이끌고 혜성처럼 정계에 등장해 곧바로 총리가 됐다.

북부연맹의 연정 탈퇴로 첫 임기 시작 후 몇 달 만에 사임해야 했던 그는 2001년 5월 치러진 총선에서 총리직에 복귀했다.

이어 2006년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가 2년 후 프로디 정부가 붕괴하자 현 집권당인 자유국민당(PdL)을 결성해 세 번째 총리직을 맡았다.

재임 기간 성추문과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베를루스코니는 ‘스캔들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혼도 당했다. 저택에서 종종 심야 비밀파티를 벌여 ‘붕가붕가 파티’라는 속어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외교 무대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을 비하하는 언행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성 문제와 말실수에 비교적 관대한 이탈리아 문화 덕분에 베를루스코니는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의 불길이 이탈리아까지 번지면서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지율 추락과 그에 따른 구심력 저하로 기반이 약해진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8일 치러진 2010년 예산 지출 승인안에 대한 투표에서 집권연정의 다수의석 붕괴가 확인되자 사의를 밝혔다.

▲마지막 내각회의를 마치고 떠나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

총리직을 떠난 베를루스코니의 앞길도 순탄치만은 않다.

우선 성추문 등과 관련된 법정투쟁을 벌여야 한다.

모로코 출신 나이트클럽 댄서 카라마 엘 마루그(일명 루비)와의 미성년 성매매 및 권력 남용, 소유기업의 조세포탈, 법정 위증교사 및 뇌물공여 등 3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미성년 성매매와 권력 남용은 유죄 판결시 최대 1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베를루스코니가 그의 전임자이자 정치적 후원자였던 베티노 크락시 전 총리처럼 해외 망명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탈리아 사회당을 몰락으로 이끈 크락시 전 총리는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하자 1994년 튀니지로 망명했고 궐석재판에서 27년 형을 선고받았다.

현지 검찰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를 ‘형편없는 나라’라고 지칭하면서 “나는 몇 달 안에 떠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해외도피를 선택할 경우 카리브해의 섬 안티구아가 유력하다고 이탈리아 정치 분석가들은 예상했다. 안티구아는 이탈리아와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고 있지 않고 베를루스코니가 호화 별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항상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치무대의 중심에 서는 것을 좋아했던만큼 카리브해의 섬에서 여생을 보내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치 분석가 세르지오 리초는 “베를루스코니는 공식적인 삶을 떠나 살 수 없으며, 관심의 초점에 있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두 차례 실각 이후에도 불사조처럼 살아났던 전례를 비춰볼 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정계에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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