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내달 17일 야권 통합정당이 출범한다.
민주당은 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하고, 이를 야권 진영 전체에 공식 제안했다. 구체적 대상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제 정당과 혁신과 통합, 박원순 서울시장을 위시한 시민사회, 한국노총 등이다.
앞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를 만나 이 같은 일정에 합의하고 통합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문제는 민노당과 참여당이 진보정당 건설에 매진하겠다며 통합을 거절, 그룹 재편에 나서면서 사실상 통합의 축이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두 축으로 설정됐다는 점이다. 진보신당은 노회찬·심상정·조승수 트리오가 빠지면서 홍세화 체제로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2007년 대선 국면에서 갈라섰던 현 민주당과 친노(親盧) 진영이 재결합하는 ‘열린우리당’의 재연이 됐다. 한때 폐족(廢族)을 자처했던 친노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거치며 이듬해 6.2 지방선거에서 부활(안희정·이광재·김두관)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면 2011년은 제1야당인 민주당을 집어삼키는 위치로까지 격상한 것이다.
힘의 무게를 봤을 때 통합정당의 첫 대표는 한명숙 전 총리가 유력하다. 손 대표 역시 한명숙 카드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여기에다 문재인·김두관 등 부산·경남(PK)을 기반으로 한 대선주자까지 가세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사실상 친노가 당을 접수한 꼴”이라고 말했다.
흐름은 통합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명분에서 반론의 계기를 제공하면서 박지원·김부겸·정대철 등 차기 당권주자들은 물론 호남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의 저항도 한층 커졌다. 호남의 한 중진의원은 10일 기자에게 “이게 무슨 야권 대통합이냐”고 말했고, 또 다른 의원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유시민의 참여당만큼은 끌고 왔어야 하질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박지원·박주선 두 당권주자를 통해 결집, 총선 공천권 사수에 나섰다.
뿐만이 아니다. 통합에 찬성하는 의원들 또한 속내는 불안감으로 가득차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실상을 보니 이건 아닌 것 같다”면서 “통합과 혁신에 지분 내주고, 또 내년 총선에서 민노당과 참여당이 결합한 진보정당과의 연대 과정에서 내주면 현역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원외에서 지난 4년간 지역구를 갈고 닦은 당협위원장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는 게 당내 공통된 평가다. 한때 손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김부겸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손 대표가 자신의 대권 야망을 위해 모든 것을 통째로 갖다 바치고 있다”면서 틀어진 관계를 재증명했다. 그를 돕는 한 의원은 “친노가 힘이 돼 돌아온 것은 맞지만 통합과정에서 정치력의 한계 또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