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순의 일본이야기]료칸…온천이 없으면 어떠랴

입력 2011-11-07 10:16 수정 2011-11-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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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치고 간 옷가지를 벗어던지고 단촐한 유카타 차림으로 다시 서니 양 어깨를 묵직히 누르던 일상도 벗겨진 듯 홀가분하다.

오래된 목조건물에서 은은히 배어나오는 나무 냄새와 다다미의 마른 지푸라기 향에 마음속까지 정화되는 기분. 신발마저 게타로 바꿔신으니 또각또각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울리는 경쾌한 걸음소리가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선 나를 환영하는 노래처럼 들려 한껏 기분이 들뜬다.

총총총 다다미방을 가로질러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니 깊은 숲 속 옹달샘처럼 떠오른 노천온천이 나를 반기네. 그 물 속에 몸을 담그면 하늘 아래 천국이렷다. 가야겠다 료칸.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상상을 실행에 옮기려는 그대, 일단 정지. 거침없는 행동력은 타의 귀감이 되나 상식이 부족하다. 상상 속 그 료칸을 찾아가기 전 당신은 물론 우리가 흔히 잘못알고 있는 료칸상식을 바로 알고 가라. 그리하면 상상 그 이상의 료칸을 경험할 터.

우선 상상이 그려낸 료칸 이미지 가운데 목조건물을 서양식 호텔의 외관으로 덧칠하라. 백이면 백 료칸하면 일본의 전통 목조가옥을 떠올리는데, 일본 료칸 열에 아홉은 현대적인 서양 건축물의 외관을 하고 있다. 유명 온천지에 위치한 대부분의 료칸이 서구의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와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의 머릿속엔 새겨진 료칸의 이미지는 고가(古家). 때문에 실상을 모르고 현지에 도착을 때 상상밖의 료칸 모습에 실망하며 괜한 배신감마저 느끼는 이도 더러 있다. 상식적으로 따져보면 모든 료칸이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감내하기란 쉽지 않은 일임을 이해하면서도 말이다.

겉모습만 보고 료칸의 내부에서 경험하게 될 서비스까지 의심하지는 말자. 문앞부터 마중나와 손님을 반기는 료칸의 안주인 오카미상을 비롯 료칸의 모든 직원은 자신의 몸을 최대한 낮추고 정성을 다해 손님을 극진히 대접한다.

나이 지긋한 오카미상이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이 숙여 손님을 맞이하고 직원들이 손님의 손과 발이 되어 미리 필요한 것들을 알아서 해결해주는 료칸의 정성 어린 서비스는 세계 어디서도 경험하기 힘들다.

단 하룻밤을 머무는 손님일지라도 마음으로 살뜰히 살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일본에서 가장 비싼 숙박료를 지불해도 아깝지 않은 곳이 료칸이다. 다만 그대가 유념할 점은 상상 속 그곳처럼 전통가옥을 유지하면서 개별 온천탕이 달린 독립적인 객실공간을 제공하는 료칸은 드물고, 드문만큼 좀 더 비싸다는 점.

또 하나, 모든 료칸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그릇된 확신은 버려라. 가장 많이들 잘못 알고 있는 료칸 정보다. 료칸은 1박 2식과 더불어 최고의 접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의 전통 숙소업소라고 정의된다. 대개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온천수가 흐르는 둥지를 틀었지만, 아닌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천년고도 교토의 료칸. 온천 흐르지 않는 교토에서는 온천 대신 료칸에서 저녁에 대접하는 전통정식 ‘가이세키 요리’에 풍덩 빠질 수 있다. 지역의 제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가장 보기 좋은 모양으로 담아낸 상차림은 입에 넣기가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고 정갈하다. 그렇다고 눈만 호강할 수는 없는 일.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온갖 정성을 다한 요리가 코스대로 천천히 상 위에 올라오는 동안 오감을 동원해 충분히 즐겨라. 눈으로 먼저 즐기고 곁에서 시중드는 나카이상의 안내에 따라 맛과 향을 음미하다 보면 어느덧 하늘 아래 천국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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