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죄인이 아닙니다”… 어느 은행원의 항변

입력 2011-10-14 10:56 수정 2011-10-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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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시리즈 보고 하소연 편지…깎인 월급·실적 압박, 사회적 비난 억울

다음은‘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연재기사를 보고 한 은행원이 보내 온 장문의 편지입니다. 금융회사의 이기심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평범한 은행원으로서 이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은행원의 요구가 그들이 갖는 이기심과 욕심이라는 견해가 전혀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 은행원들은) 사회초년생, 구직자라는 약자에게 선택의 여지없이 반강제적으로 정부에 의해 강요됐던 임금삭감과 단기성과, 고액연봉 경영진들의 쥐어짜내기식 실적강요 속에서도 20% 삭감된 월급여를 받으며 하루 12시간 이상을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고객과 책임자의 눈치, 비위를 맞추면서도 (임금이) 회복될거란 기대로 출근하는 신입 행원들이 동일임금을 주장하는게 왜 죄인것 처럼 언론들은 몰아가는지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현정권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의 비위는 맞춰주는 기득권층을 위한, 대통령을 위한 정부라는 인식은 대통령 사저 관련 논란과 낙하산 인사들, 정책들만 보더라도 확고해집니다.

준공공기관인 금융기관 직원들은 죄인이 아닙니다. 무능력한 고연봉의 일부 직원들도 있지만 다른 기업들도 그런 사람들이 없진 않을테지요. 제조업들은 규모의 경제가 성립되지만 금융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 상품가격에 마진을 높게 책정해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사상최대이익을 내고 성과급 잔치해도 이것을 꼬집는 사람은 크게 없더군요. 해외에서 잘나가면 다 용서되나봅니다.

요즘 같은 때에 은행이 잘못 해외투자 하면 은행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죠. 이처럼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은행들끼리 경쟁하는데 힘없는 직원들은 어떻게 할까요? 사돈에 팔촌까지 부탁하고 고마워하며 미안해합니다. 월급은 고작 141만원 통장에 찍히지만 밥사주며 술사주며 인맥 관리를 합니다.

카드·보험·펀드·예금·적금 대출뿐만 아니라 고객만족도(CS) 조사와 수십가지 연간 평가지표들, 매일 바뀌는 제도와 신상품들, 매년 쏟아지는 신설 자격증, 의무 연수들과 평가로 반납해야 하는 퇴근후 시간과 주말들…. 이것이 시중은행 직원들의 현실입니다. 국책은행과 공공기관을 시중은행과 비교한다면 억울한 일입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님들 그리고 금융사 임원님들께 묻겠습니다. 단 10%라도 임금이 삭감되어야 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으신지요? 퇴임후 연금을 서민경제가 힘든만큼 전임자들보다 20% 삭감해도 되겠습니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에 계셨으니 국민의 혈세인데 반납하셔도 아깝지 않은 돈 아닌지요.

창구 직원들은 모두 말합니다. “고객님, 금리 더 높게드리고 싶은데 이게 최고입니다. 제가 힘이 정말 없어요” “고객님, 대출금리 대 최고로 해드린건데 너무 죄송합니다”

창구직원들도 ‘예금금리는 높게, 대출금리는 낮게’ 해드리면 고객에게 당당하고 손님들 찾아올테니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민간 시중은행은 엄연히 영리기업입니다. 적자가 나면 기획재정부(정부)에서 월급주나요, 이익이 안나는 기업의 주가는 어떠할지요. 이 기업의 주식에 누가 투자할까요?

시중은행에서 직원들은 ‘을’입니다. 하루하루 실적에 울고 웃으며 축쳐져 퇴근하는 하루살이라고 서로 이야기합니다.

연차가 높아지면서 타기업 대비 고임금 구조를 갖는 급여제도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수정하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기업이든 성과에 따른 보상은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는 것 아닐까요?

금융산업의 발전은 꿈꾸면서 우수한 인재가 빠져나가도록 실패한 정책을 무작정 강요하는 것이 행여나 후진국으로 비춰질까 창피할 정도입니다.

평균이라는 단어로 억울한 피해자들이 동일임금의 권리를 회복하는 것을 매도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반대로 실적압박도 정부에서 줄여주고 CS도 없애주고 점심시간 한시간 강제보장해주고고 근무시간 정상화도 정부가 강제화 시켜줘야 합니다.

눈뜨면 톱기사로 보이는 금융권 돈잔치 관련 기사에 억울하고 또 억울하지만 인사상불이익도 무섭고 어떻게 표출해야할지 모르는 무능력한 행원이 기자님께 하소연 하는 심정을 좋은 기사로 풀어주신다면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기사와 더불어 더욱 발전된 일만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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