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민주당)이 30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아동 성범죄에 한해서라도 법원이 항거불능을 요건으로 판결하는 관례를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최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을 찾아 “지난 28일 대법원장이 영화 ‘도가니’를 보고 ‘더 이상 우리사회에 장애아동에 대한 인권유린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을 보고 사법부가 아동·청소년·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 엄중하게 판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그런데 같은 날 미성년자에 대한 집단 성폭행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20대 4명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면서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법원의 이유는 그야말로 기막혔다”고 토로했다.
최 의원은 “‘성폭력처벌에 관한 특례법’에서도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는 특별히 따로 명시해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하지 않고 있느냐”며 “어떻게 고작 12살 밖에 안 된 아이가 20대 건장한 청년 4명이 집단으로 성폭행하는 상황에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집행유예를 내릴 수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도대체 이 아이가 어떤 정도로 저항해야 항거불능을 인정받게 되느냐”며 “그건 곧 이 아이에게 목숨을 걸라는 말과 같다”고 반론했다.
최 의원은 ‘도가니’를 통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예시 “법원은 성추행 당시 장애학생들이 수화로 싫다고 표현했고 몸을 비틀어 저항한다는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에 항거불능 상태는 아니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면서 “그래서 영화를 통해 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항거불능 요건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최 의원은 특히 “더군다나 아동 성범죄는 장애인과 달리 법에서 명문으로 항거불능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 단지 법원이 판례를 통해 해석하고 있을 뿐”이라며 “최소한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경우 항거불능을 요건으로 법원이 판결하는 관계를 꼭 바꿔주길 대법원장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최 의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 통과와 함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