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대지의 예술이라 극찬 받는 홍토지

입력 2011-09-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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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이글거리는 들판… 자연 그대로라 더 아름다운 곳

쿤밍에서 북쪽으로 240km 달리면 ‘윈난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 동촨(東川)이 나타난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나무 한그루 드물고, 완만한 계단식 들판이 지루할 정도로 드넓게 펼쳐진 시골마을이 여행지로 각광받는 이유, 뭘까? 무엇도 아닌 ‘농경지’를 보기 위해서다.

땅속에서 감자와 무가 커가고, 보리가 익어가는 들판에 뭐 특별한 게 있을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했다. 동촨의 대지는 1년 365일 이글이글 불타오른다는 설명이었다. 대지의 흙이 발산하는 붉은 빛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어 ‘홍토지(紅土地)’라 불린다고 했다.

수년 전부터 홍토지가 아름답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주로 사진촬영을 업으로 삼은 분들의 격찬이었으므로 ‘아, 멋지겠구나’ 생각했을 뿐, 선뜻 ‘가봐야겠다’ 결심이 서진 않았다. 혹시 배낭여행자가 다녀와서 추천을 했다면 모를까! 왜나면, 배낭여행자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이 난 곳과 사진 촬영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곳은 ‘여행 환경과 조건’에 차이가 있다.

먼저 사진촬영가는 ‘대단한 풍경’ 이외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풍경이 장관이면 먹고 자는 것이 열악해도 잘 견딘다는 뜻이다. 반면, 배낭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건 기본으로, 번듯한 4,5성급 호텔은 없더라도, 깔끔하면서 뜨거운 물이 잘 나오는 숙소가 있고, 먹거리도 다양한 편이다. 요즘 들어 입소문을 타고 동촨을 찾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니, 나도 호기심이 발동했다. 8월 초순, 여름 휴가차 남편과 홍토지로 출발했다.

8월은 윈난의 우기로, 날씨는 우중충 했지만 기분은 오이처럼 상큼했다. 달리는 차 창밖으로 펼쳐진 푸른 들판. 오색물감을 풀어놓은 듯 화려한 색채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지만,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은 풍요로웠고, 산허리에 걸린 도로에서 대지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상쾌했다.

도착한 홍토지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여기저기 불을 피운 것처럼 붉게 빛나는 땅이 신기할 정도. 오랜 세월에 걸쳐 흙 속 철분이 산화되고 침전되어 붉은 빛깔을 띠게 되었는데, 밭에 심어진 작물에 따라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고 한다.

매년 5월부터 6월은 분홍빛 감자꽃, 보랏빛 무꽃, 푸르게 자란 보리가, 9월부터 11월 중순까지는 새하얀 메밀꽃과 샛노란 유채꽃이 붉은 대지를 수놓는다. 바로 이 시기가 홍토지 여행의 절정으로, 사진촬영가들이 ‘대지의 예술’라 극찬한 절경이 펼쳐진다. 특히 비온 후 2~3일째 홍토가 더 붉고 선명하며, 멀리까지 시계가 확보되어 촬영하기에 안성맞춤. 그 절정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서 몇 주씩 머무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Y자 형태로 펼쳐진 홍토지는 그야말로 광대하다. 걸어서 전부 돌아본다는 것은 불가능. 포인트를 잡아 차로 이동을 하고, 한두 시간 정도 확 트인 들판을 바라보며 트레킹하면 좋다. 그 시작점은 화석두(花石頭)란 마을로,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밀집했다. Y의 세 꼭지점이 만나는 곳에 위치했다. 화석두를 기준으로 왼쪽 길에는 일출명소 타마감(打馬坎), 감자꽃과 메밀이 어우러진 색채가 아름다운 금수원(錦?園)이 있다.

오른편에는 일몰이 아름다운 낙하구,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1,000년 고목 노룡수(老龍樹)가 제일 볼만 하다. 특히 노룡수가 우뚝 선 언덕에서 360° 회전하며 바라보는 홍토지가 장관. 탁 트인 시야로 붉은 도화지에 다양한 천연물감을 풀어놓은듯한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진정 대지의 예술이야!” 탄성이 터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꾸며진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여서 홍토지가 좋다. 여행자가 무엇을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농사에 전념하는 농부들의 땀방울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 좋았다. 여행자가 많아지면 변화의 물결이 출렁이겠지만, 여행자의 이기적인 욕심일 테지만, 그저 지금처럼 남아 주길. 더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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