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손학규, 안철수는 저승사자였다

입력 2011-09-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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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타개책은 박원순 영입… 당 내홍 이겨낼까

안철수 회오리가 한나라당을 거쳐 민주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안풍(安風)이 몰아칠 때만 해도 칼끝은 한나라당을 겨냥하는 듯 했다. 서울시장 후보 선정을 둘러싼 내홍 이면에는 패배감이 자리했다. 심지어 흔들림 없던 대세론의 박근혜 전 대표마저 긴장의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광풍은 이내 방향을 틀어 민주당을 뿌리째 흔들었다. 특히 손학규 대표가 입은 내상은 치명적이다. 견고한 지지층의 탄성으로 경계심을 더한 박 전 대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안풍의 최대 피해자라는 분석과 함께 자칫 회생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일차적으로 당내 비주류의 책임론이 거세다. 한명숙 전 총리에 이어 원혜영 의원마저 14일 불출마로 선회하면서 서울시장 후보를 박 변호사에게 고스란히 바칠 ‘불임정당’ 처지에 빠졌기 때문. 박영선·추미애 의원의 선택이 남았다지만 마이너리그 경선이란 한숨마저 나왔다. 손 대표가 애초 당내 인사보다는 박원순 카드를 염두에 두다 코너에 몰렸다는 지적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 포기는 당의 포기고, 정도가 아니다”며 “어떻게 차가운 민심, 민주당에 대한 존재감을 회복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제1야당 존재감을 상실하고 50년 민주정당의 정통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면서 “용기도 전략도 없이, 주인도 내팽긴 채 선거용 떠돌이 정당으로 전락, 표류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위기의 진앙은 외부가 아닌 내부”라고 손 대표를 겨냥했다.

반면 손 대표는 “민주당 없는 선거 승리는 있을 수 없다”며 박원순 압박을 이어갔다. 앞서 손 대표는 박 변호사와 만난 13일 “민주당 문은 활짝 열려 있다”며 입당을 타진하는 한편, “제1야당의 힘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민주당을 얻지 않고서는 이기기 어렵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안풍을 등에 업고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변호사를 당의 품으로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현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때문에 손 대표는 박 변호사가 완곡한 거절을 했음에도 “박 변호사가 민주당에 입당 안 하겠다고 한 적 없다. 정치에서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로선 시한부로 접어든 대표 임기내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보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승리를 거머쥐는 동시에 야권통합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확실한 치적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는 동시에 문재인 대망론과 안철수 열풍을 이겨내는 현실정치의 힘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사지(死地) 분당에서 생환, 야권주자 1위로 올라섰던 손 대표는 문재인의 등장과 안풍의 위력에 밀려 존재감 없는 주자로 추락했다. 끊임없는 흔들기와 대안 부재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을 턱밑까지 추격했던 당 지지율도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다시금 간극을 넓혔다.

최악의 위기에 봉착한 손 대표로서는 저승사자 안철수가 버티고 있는 박 변호사를 넘어야만 운신의 숨통이 트일 처지다. 손 대표 비서실장인 김동철 의원은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긴 한숨 끝에 “손 대표에게 지금이 기회가 아닐 수도 있지만 위기라고도 생각 안 한다”며 “안철수 바람과 폭풍으로 위기에 직면한 정당정치,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원칙과 확신을 갖고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보여 주는 것이 대선후보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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