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단계별 공급價 공개…'유가자율화' 사실상 포기

입력 2011-08-18 11:2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부,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정유업계 "영업비밀 침해, 시대착오적 정책" 비판

정부가 정유사들의 판매처별 공급가 공개 법안을 추진하고 나서자 업계에선 시대착오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기름값 책정을 좌지우지했던 과거 유가자유화 이전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7일 대리점과 자영주유소, 직영주유소가 매달 정부에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월평균 가격까지 적도록 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에 입법 예고된 개정안은 또 정유사들이 판매처별로 공급하는 주간 평균 가격을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매주 공개하도록 했다. 현재 정유사는 판매처별이 아니라 전체 평균 공급가만 공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정유 및 주유업계의 가격구조를 낱낱이 밝혀 기름값을 잡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업계에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일각에선 정부가 사실상 기름값 책정에 개입했던 과거 유가자유화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가자유화는 기름값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가격 결정 주체를 다원화시켜 석유제품 시장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 정부가 1997년 ‘석유산업 자유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최근 정부의 행보는 과거 유가자유화 이전 정부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행보는 시장경제를 포기하고, 유가자유화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름값 잡기란 명목으로 사실상 가격 책정에 개입한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판매처별 공급가 공개는 결국 정유사들의 영업기밀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를 만천하에 공개하라는 얘기 아니냐”며 “정유사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현재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아직 법안 추진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로서 입장을 밝힐 시기가 아니라는 것. 일각에선 정유사들이 사별이 아닌, 향후 석유협회를 통해 공동으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주유업계 역시 최근 정부의 행보가 불만이다. 이에 전국 주유소들을 대상으로 동맹휴업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기름값 문제의 책임을 주유소에 전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부 자영주유소 업자들 사이에선 이번 정유사 공급가 공개 법안 추진에 ‘차라리 잘 됐다’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기름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주유소의 '누명(?)'을 벗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주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규모에 대해 의혹이 많았는데, 정부가 이를 공개하겠다고 하니 우리로선 차라리 잘 된 일”이라며 “정부의 행보엔 불만이 많았지만 이번 계기로 주유소가 의혹을 벗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00원 할인’ 정책 △주유소 500곳 샘플링 조사 △대안주유소 설립 및 마트 주유소 확대 추진 △자가폴 및 셀프주유소 확대 추진 등으로 정유 및 주유업계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56년의 대장정…현대차 글로벌 누적생산 1억 대 돌파
  • '연봉 7000만 원' 벌어야 결혼 성공?…실제 근로자 연봉과 비교해보니 [그래픽 스토리]
  • ‘채상병 특검법’ 野주도 본회의 통과...22대 국회 개원식 무산
  • 허웅 전 여친, 유흥업소 출신 의혹에 "작작해라"…직접 공개한 청담 아파트 등기
  • 신작 성적 따라 등락 오가는 게임주…"하반기·내년 신작 모멘텀 주목"
  • '5000원' 백반집에 감동도 잠시…어김없이 소환된 광장시장 '바가지'? [이슈크래커]
  •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 체포영장 기각된 까닭
  • 임영웅, 광고계도 휩쓸었네…이정재·변우석 꺾고 광고모델 브랜드평판 1위
  • 오늘의 상승종목

  • 07.0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3,459,000
    • -1.89%
    • 이더리움
    • 4,497,000
    • -3.25%
    • 비트코인 캐시
    • 491,500
    • -6.38%
    • 리플
    • 630
    • -4.11%
    • 솔라나
    • 192,800
    • -2.97%
    • 에이다
    • 540
    • -5.59%
    • 이오스
    • 736
    • -6.48%
    • 트론
    • 181
    • -1.09%
    • 스텔라루멘
    • 127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54,200
    • -9.67%
    • 체인링크
    • 18,600
    • -4.76%
    • 샌드박스
    • 415
    • -6.3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