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공 '갤로퍼'…SUV 대중화시대 활짝

입력 2011-07-15 10:10 수정 2011-07-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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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를 달려온 한국자동차 8] 국내 SUV시장 개척…틈새시장 공략 적중 인기몰이

2007년, 기아차는 향후 사라질 운명을 지닌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현대차에 인수합병된 이후 플랫폼 통합작업이 활발하게 진행하며 수익성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현대차와 차별화된 메리트가 전혀 없었다.

상대적인 브랜드 밸류가 약했고 리오와 스펙트라, 크레도스 등 못생긴 차를 연거푸 내놓으며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기아차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은 2008 리먼쇼크가 불거지기 직전, 기아차의 위기극복을 위해 ‘디자인 경영’을 선언했다. 디자인을 앞세워 당장에 큰 변화와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으나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대안없는 선택이었다.

정의선 사장이 내세운 ‘디자인 경영’은 그의 첫 번째 경영시험 무대였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 정의선보다 20년 앞서 경영시험대에 오른 정몽구 회장=정의선 사장보다 약 20년 앞선 1980년대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첫 번째 도전에 나섰다.

당시 현대정공을 이끌었던 정 회장은 모기업 현대자동차와 별개 노선으로 새로운 자동차 개발과 생산에 나섰다.

당시 공업합리화 조치가 해제된 이후 차종 다양화에 나선 현대차는 중형차와 준중형차, 고급차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현대차에 없었던 모델이 있었고 현대정공은 그 틈새시장을 노렸다. 바로 SUV 시장이었다.

1980년대말 국내 SUV시장은 쌍용차의 코란도와 코란도 패밀리, 아시아 록스타가 고작이었다. 이제 막 완성차 50만대 시장을 맞은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SUV는 설자리가 없었다.

소형차와 준중형차가 인기를 끌었고 당시 SUV는 고급 대형차에도 못 미치는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SUV라는 용어보다 ‘지프차’라는 대명사가 더 익숙했던 시절이었다.

이 시점에서 현대정공의 SUV 개발은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현대정공을 이끌었을 당시 측근들에게 ‘지프형 자동차’ 개발과 생산을 지시했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대부분 현대차가 공채 1기로 뽑은 엔지니어들이 주축이었다. 1967년 현대차는 본격적인 출범을 시작하며 새로운 연구원을 채용했다.

공채 1기 엔지니어로 입사했던 임승근 현대차 부사장 역시 이들 가운데 한명이었다. 포니를 시작으로 엑셀과 프레스토 개발에 기술을 나눠준 일본 미쓰비시의 SUV 파제로가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당시 파제로는 2세대로 거듭나던 시점이었다. 미쓰비시 입장에서 구형이 된 1세대 파제로의 기술을 현대차에 넘겨도 해가 될 일은 아니었다.

현대정공은 미쓰비시 파제로 1세대를 발빠르게 들여와 국내실정에 맞게 수정작업에 돌입했다. 당시 현대차의 승합차 그레이스의 디젤 엔진을 가져와 장착했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파제로는 한국형 SUV의 밑그림이 되기에 충분했다.

▲갤로퍼
마침내 1991년 현대차의 첫 SUV인 갤로퍼가 등장한다. 차 길이에 따라 롱보디와 숏보디 두 가지를 선보였고 차 길이 대비 실내공간이 넉넉했던 갤로퍼는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모았다.

당시 기아산업이 갤로퍼와 쌍용차 코란도를 견제해 도심형 SUV 스포티지 컨셉트를 도쿄모터쇼에 선보이긴 했으나 그저 컨셉트일 뿐이었다. 기아는 스포티지를 생산할 광주공장에 조립라인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코란도는 SUV시장 개척, 갤로퍼는 대중화 이끌다=갤로퍼는 출시되자마자 현대차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분명 현대정공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모델이지만 소비자의 눈에 현대차와 달라보일 게 없었다. 현대정공을 의미하는 찌그러진 형태의 ‘H’앰블럼이 유일한 차이였다. 앰블럼도 이니셜도 ‘HYUNDAI’라고 표기한 덕에 현대정공이라는 거부감을 줄일 수 있었다.

▲1998년 디자인을 다듬고 등장한 갤로퍼 이노베이션.
갤로퍼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쌍용차 코란도가 국내 SUV 시장을 개척했다면 현대정공 갤로퍼는 SUV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모델이다. 갤로퍼의 등장으로 자동차사업은 현대정공의 다양한 수익사업의 하나로 떠올랐다.

갤로퍼 개발의 주역인 임승근 씨(당시 이사)은 이후 다시 현대차로 돌아와 부사장에 올랐고, 이후 기아차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승근 전 현대차 부사장은 현대차와 기아산업의 기술력 격차를 급격하게 줄이고 중구난방으로 퍼져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모델을 정리하며 차의 뼈대가 되는 플랫폼 통합작업을 지휘한 주인공이었다.

그가 개발을 주도한 갤로퍼는 승승장구했다. 판매가 늘면서 모델과 엔진도 다양화했다. 이후 현대차 앰블럼으로 바꿔달고 2001년 단종 때까지 갤로퍼는 특유의 투박함을 매력으로 앞세워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듬직하고 씩씩한 남성적 이미지 역시 갤로퍼의 장점이었다.

▲국내 최초의 미니밴 싼타모.
갤로퍼를 앞세워 첫 경영시험 무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정몽구 회장은 1995년 자신감을 앞세워 국내 최초의 미니밴 ‘싼타모(Santamo)’를 출시한다. 밑그림은 역시 미쓰비시, 대상은 미니밴 ‘샤리오’였댜.

컴팩트 스타일과 넓은 실내공간,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 7인승 3열 시트 등 요즘 유행하는 다목적 자동차의 조건을 두루 갖춘 차다. 갤로퍼에 이은 싼타모의 데뷔로 현대정공은 RV 전문 메이커로 자리잡기도 했다.

처음 갤로퍼 개발이 시작됐던 1980년대 말은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이제 막 모터라이제이션이 활성화되던 때였다. 당시 국내 SUV 시장은 고작 1만대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 시장을 노린 정몽구 회장의 배짱은 결국 ‘현대정공의 성장’과 함께 ‘한국 SUV시장의 대중화’까지 이끌었다. 동시에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기업의 수장으로서 역량과 자질을 인정받았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시도한 기아차의 ‘디자인경영’은 20년 앞서 치러진 아버지 정몽구 회장의 도전과 맥을 같이한다.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SUV시장을 향한 정 회장의 도전은 오늘날 한국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차종 다양화에 큰 밑거름이 됐다.

<사진설명>

01-갤로퍼는 국내 SUV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1991년 미쓰비시 파제로를 밑그림으로 개발한 갤로퍼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정몽구 회장에서 자동차기업의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입증시켰다. 사진은 갤로퍼2 롱보디.

02-갤로퍼는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로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1998년 디자인을 다듬고 등장한 갤로퍼 이노베이션.

(작게)03-미니밴 싼타모는 갤로퍼의 성공에 힘입어 정 몽구 회장이 도전한 국내 최초의 미니밴이다. 베이스는‘미쓰비시 샤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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