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개 대기업의 지배주주 일가가 물량 몰아주기를 통해 9조9천억여원의 부를 증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 채이배 연구위원은 29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회 중소기업살리기 모임, 민주당 조영택 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채 연구위원은 "29개 기업집단 85개 회사의 특수관계자 190명이 계열사 지분 취득시점부터 2010년까지 물량 몰아주기 등을 통해 얻은 부의 증가액이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총 9조9천588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수관계자들이 최초 투입한 금액이 1조3천195억원에 불과해 2010년 말 현재 7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이들이 얻은 배당수익은 5천675억원이고, 이들 가운데 77명은 배당금만으로 투자금액 전부를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개인별 수익률은 대림산업 3세 이해승씨 11만6천854%,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 장혜선씨 5만1천147%, SK 최태원 회장 2만182%,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동생 이재환 상무 1만9천260%, 영풍그룹 장형진 회장의 차남 장세환씨 1만2천751% 순이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재벌의 선도적 성장을 통해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민경제 전체의 선순환적 동반성장을 이끌어 낸다는 이른바 트리클 다운(trickle-down effect) 논리는 1990년대를 거치면서 현실적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지철호 기업협력국장은 "성립 요건이 엄격해 물량 몰아주기가 조치된 사례가 거의 없지만,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액주주들이 물량 몰아주기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소액주주들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소송 인센티브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당지원행위로 실질적인 부의 이전이 발생할 경우 증여로 볼 소지가 있는 만큼 적절한 과세기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