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처리할 민간 배드뱅크 규모가 1조2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은행권의 부동산 PF 부실채권 가운데 1조원이 다음 달 처리될 전망이다.
12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산업·기업·농협 등 8개 은행은 지난 1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주도로 회의를 열고 민간 배드뱅크인 ‘PF 배드뱅크 1호 사모투자펀드(PEF)’의 설립규모를 1조2000억원으로 확정했다.
PF 배드뱅크는 ‘캐피털 콜’(출자한도) 방식으로 6000억원을,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한도) 방식으로 6000억원을 각각 조달하기로 했다. PF 배드뱅크는 이를 바탕으로 오는 6월까지 여러 은행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PF 사업장의 부실채권 가운데 1조원을 약 50%의 공정가격으로 할인해 매입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배드뱅크 설립으로 작년말 기준 은행권 PF 부실 6조4000억원 가운데 최대 3조원까지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은행권에서는 부실 PF 문제가 일단락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추가로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PEF 2호, 3호 등을 조성해 정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은행권은 은행별 부담 비율에 대해 격론을 벌이고 있어 PF 부실채권 처리가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PF 보유 수량 등에 따라 은행 등급을 3단계로 나눠 등급별로 차등 부담하는 쪽으로 합의가 된 상태다. 예컨대 PF 대출이 많은 우리은행 등은 20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을 부담하고 상대적으로 PF대출이 적은 하나은행은 700억원대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1그룹은 국민은행·우리은행·농협, 2그룹은 신한은행·산업은행, 3그룹은 하나은행·외환은행·기업은행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은행별로 부담 비율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은행들이) 부담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에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출자비율 등은 유동적”이라며 “다만 배드뱅크 설립을 계기로 PF 정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