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칼날, 왜 금융시장 향해 겨누나

입력 2011-03-29 11:33 수정 2011-03-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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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기업을 겨눴던 검찰의 사정(司正) 칼날이 올 상반기 금융시장을 향하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 취임 후 1년여 만인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사정에 돌입했던 검찰은 한화·태광·C&그룹 등 대기업 수사가 일단락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금융비리를 파헤치는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비리 수사는 최근 저축은행 부실사태, 오리온그룹 비자금 의혹, 증권사의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거래 등으로 번지고 있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다.

복잡한 금융기법 뒤에 은폐됐던 금융회사와 상장사들의 해묵은 부정부패는 물론 이와 결탁한 금융감독기관의 내부비리까지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기전으로 돌입한 한명숙 전 총리 재판과 한상률 전 국세청장 관련 의혹, 에리카 김 사건 등 `잘해봐야 본전'인 일련의 의혹 사건에 발이 묶여 있던 검찰이 금융비리 수사에서 돌파구를 찾았다는 해석도 있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권력형 게이트를 파헤치지 못한 채 지엽적인 금융비리에 매달린다'는 일부 비판에 상당히 강하게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금융비리 수사는 `총장의 포석' = 검찰이 금융비리를 다음 표적으로 삼은 데는 취임 이후 줄곧 금융비리 척결을 강조해온 김준규 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총장은 지난 28일 대검찰청 주례간부회의에서 금융비리 관련 수사 상황을 점검하고 수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대검의 한 간부는 29일 "금융비리 수사는 총장이 누누이 강조해왔던 사안으로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 당분간 검찰 수사는 이쪽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라고 말해 금융비리 수사가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김 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비리를 근절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며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면서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국가 경쟁력을 잠식하며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불법과 범죄는 없어져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뒤이어 김 총장 주재로 열린 전국검사회의(화상회의)에서도 금융비리 척결이 강조됐으며, 이 자리에서 서울중앙지검 이석환 금조1부장은 "부정한 돈의 흐름을 쫓는 수사로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금융비리를 엄단하겠다"고 수사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중앙지검 금조부 주도 =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금융비리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2·3부가 주도하고 있다.

금조1부는 작년 말 주식시장을 강타한 `옵션쇼크' 사태와 관련해 외국계 금융회사인 도이치증권과 도이치뱅크의 서울지점을 지난 9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금융비리 수사의 물꼬를 텄다.

이어 금조3부는 22일 비자금 조성과 편법 지분취득 혐의로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했으며, 금조2부는 23~24일 신종 금융상품인 ELW 불공정거래에 증권사 직원들이 가담한 정황을 포착해 10개 증권사를 압수수색했다.

특히 ELW 관련 수사는 금융감독원이나 국세청의 고발, 수사의뢰 없이 검찰이 직접 비리를 포착한 인지수사라는 점도 주목된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15일 금융부실로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의 5개 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하면서 사회문제가 된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직접 칼을 빼들고 삼화저축은행(서울중앙지검), 보해저축은행(광주지검), 도민저축은행(춘천지검)에 대한 수사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권력형 비리사건을 수사해온 중수부가 직접 저축은행 수사를 맡은 건 의외라는 반응이 있지만 총장의 지휘방침에 따른 계산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발성 아니다 = 이번 금융비리 수사는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금융시장의 구조적인 부정부패와 금융감독기관의 내부비리를 겨냥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검찰이 이미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감독기관 비리를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의 한 간부는 "저축은행 부실을 비롯해 금융비리는 상당 부분 감독기관의 관리 소홀에 책임 있다"며 "민간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나 감사 자리를 경제관료들이 차지하는 낙하산식 인사 관행이 지속되는데 현직과의 유착관계나 비리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3일 상장사로부터 유상증자 청탁 명목으로 총 7억원을 챙긴 혐의로 전 금감원 직원 김모(41)씨를 구속했으며, 서울중앙지검 금조1부는 24일 상장폐지를 막아주겠다며 상장사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상장폐지 심사위원인 김모(47)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오는 8월 2년 임기를 마치는 김 총장은 남은 5개월 임기 동안 금융비리 수사에 전력투구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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