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패밀리] 獨 지멘스 가문, 전후 폐허 속에서 세계 최첨단 전자전기업체 육성

입력 2011-03-2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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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자 베르너 폰 지멘스, 발명 DNA로 다이얼 전신기 발명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독일이 통일되기 전인 1962년 서독을 전기전자업체 ‘지멘스’ 국가라고 불렀다.

올해로 창립 164주년을 맞은 지멘스는 50여년이 지난 지금 독일을 넘어 전 세계를 지멘스화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독일의 전기전자업체 지멘스는 산업재, 에너지, 헬스케어 등 15개 사업분야를 거느리고 있으며 전 세계 19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독일의 삼성으로 알려진 지멘스는 산업재, 에너지, 헬스케어 등 총 15개의 서로 다른 사업분야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순익은 각각 759억8000만유로와 38억9900만유로를 기록했고 전 세계 190개국에 진출해 42만8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세계적 첨단기술업체라는 위상은 지멘스 창립가문의 선천적 ‘발명DNA’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들이 많은 독일에서도 지멘스 가문은 특출난 경영자를 많이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창업자 베르너 폰 지멘스부터 남달랐다.

베르너 폰 지멘스는 1816년 독일 하노버 인근 렌테(Lenthe) 지역의 가난한 농가에서 10명의 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베르너 폰 지멘스 지멘스 창업자

가난 탓에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그가 선택한 길은 군대였다. 포병학교 사관후보생이 된 베르너는 탄도학 수학 물리학 등의 기초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던 1846년 베르너는 장거리 무선전신에 쓰일 수 있는 다이얼 전신기를 발명한다. 청년 장교는 이 발명을 계기로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다. 1847년 베르너는 기계공인 게오르그 할스케와 동업해 ‘지멘스-할스케 전신 건설회사’를 세웠다.

이후 지멘스의 사업을 확장한 것은 창업자의 두 동생 빌헬름과 칼이었다. 빌헬름이 강철을 만드는 데 쓰이는 ‘평로법’을 개발해 지멘스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면 칼은 러시아 전신망 사업을 수주하는 등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지멘스를 확장했다.

지멘스는 그러나 독일의 1차 세계대전 패배로 위기를 맞는다. 독일이 패전하면서 지멘스-할스케사는 영국과 러시아 등 해외 자산을 대부분 몰수당했다.

위기의 순간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은 창업주 베르너 폰 지멘스가 두번째 부인 사이에서 얻은 아들 칼 프리드리히 폰 지멘스였다.

1차대전으로 지멘스는 자기자본의 40%가량을 잃었으며 해외 자산의 대부분과 특허권도 상실했다. 손에 든 것이 거의 없었던 칼 프리드리히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스스로를 ‘폭풍우 속의 선장’이라고 칭할 정도로 그는 날서린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모든 사업부문을 지멘스-할스케사와 지멘스-슈커트사라는 두 개의 지주회사 체제로 정비했다.

여기에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를 통한 지멘스 가족의 지배구조를 확고히 다지며 지멘스를 성장궤도로 복귀시켰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추슬러 지멘스라는 배를 다시금 세계적인 전자기업으로 키워내야 했기 때문이다.

1927년 독일 국가철도회사의 경영이사회 의장을 맡았으며 1931년에는 독일 전기기술협회의 초대 의장을 맡기도 했다.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의 등장은 지멘스에 또 다른 위기를 불러 왔다.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잡으면서 지멘스는 전쟁물자 공급에 나서야 했다.

민간용 제품 생산이 전면 금지됐고 전쟁물자 생산만 가능했다. 전쟁 기간 연합군의 폭격과 이에 따른 피해는 심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전후 지멘스는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연합군은 대기업의 지원이 있었기에 나치가 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판단해 지멘스를 비롯한 독일의 주요 대기업들을 해체하려고 했다.

칼 프리드리히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합군측을 설득하며 그룹 해체를 막기 위해 나섰다. 결국 지멘스 해체계획은 1951년 철회됐다.

칼 프리드리히 폰 지멘스의 뒤를 이은 아들 에른스트 폰 지멘스가 지멘스를 맡기 시작한 1966년 이후 현 지배구조의 골격을 갖게 됐다.

독일 정부가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회사들 간의 결합규제를 이전보다 강화하도록 증권법을 개정하면서 지멘스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올랐다.

당시 지멘스 가문은 지멘스-할스케, 지멘스-슈커트, 지멘스-라이니거 등 세 개의 지주회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세 지주회사의 공동 감독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에른스트 폰 지멘스는 지주회사들을 하나로 통합해 그룹 형태로 지멘스를 재조직했다. 이어 유능한 전문 경영인들을 등용해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탈바꿈시켰다.

1971년 에른스트의 뒤를 이어 감독이사회 의장을 맡은 피터 폰 지멘스도 1981년 의장직을 내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멘스 가문의 명맥이 끊긴 것은 아니다.

피터 폰 지멘스의 조카이자 동명이인인 피터 폰 지멘스가 1981년부터 5세대 가족의 자격으로 감독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지멘스 가문의 보유 지분은 5.5%로 최대주주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80명에 달하는 지멘스 가족들이 나눠 보유하고 있는 이 지분은 현재 ‘지멘스 vSV’라는 신탁회사를 통해 위탁 관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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