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수의 공시따라잡기]CBㆍBW 바로 알기

입력 2011-03-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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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반도체 업체 T사가 600억 규모의 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공시를 하자, 당일 주가회석 우려로 인해 주가가 크게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 다음날 8% 급반등 하였으며 그 후로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CB나 BW 발행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CB나 BW가 발행되면 발행주식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존의 보통주 수량의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CB, BW 및 전환우선주 등을 희석증권이라 한다.

그렇다면, CB나 BW 발행 공시가 기업에 항상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위의 T사의 경우 다음날 급반등을 한 이유는 T사가 CB와 BW 발행으로 인해 추가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이루어질 것이며, 관련 산업의 성장세가 확대될 것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즉, CB나 BW 발행을 후 해당자금이 어디에 쓰일 것 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T사처럼 해당자금을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투자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회사 경영진과 최대주주들이 CB나 BW의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횡령ㆍ배임 등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에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횡령ㆍ배임한 기업들의 수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그 기업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된 공시 중의 하나는 CB나 BW 발행을 통한 과도한 자금 조달이 빈번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사채 발행시 구체적인 자금 사용 목적을 밝히지 않으며, 자금 조달 후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건설적인 투자보다는 운영비용 등 소모적 지출을 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기피해야 할 것이다.

지난 달에 스마트그리드 업체인 L사는 수십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하였다. 사채 발행 목적은 시설자금 마련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금 사용 목적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본점소재지 변경 등 소모적 지출을 하였다. 특히,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들이 이러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염두해야 한다.

또한,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CB나 BW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대개 경영상태가 좋지 않는 경우가 많다. 코스닥 시장 상장사가 일부 외국인 투자자와 사전 계획의 의해 대차거래 조건을 숨긴 채 CB나 BW를 발행해 이익을 챙기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코스닥 상장사인 B사가 100억원 규모 해외 CB를 발행하였다. 그러나 주가는 해외 CB 납입 일부터 계속 떨어져 어느새 반 토막이 되었다. 그 사유는 B사의 최대주주가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 상황 보고서` 3항 세부 변동 내용에 최대주주의 지분 중 일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B사는 해외 사모펀드에게 ‘대여’로 CB를 발행하였고 사모펀드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B사의 최대주주에게 `대차거래`를 요구하였다. 대차거래는 일정 수수료(일종의 이자비용)를 주고 주식을 일정 기간 빌렸다가 다시 주식으로 갚는 것을 말한다.

사모펀드는 해외 CB를 인수하고 최대주주의 주식을 빌린다. 주가가 하락하면 차입한 주식을 장내에서 전량 판다. 최대주주에게 빌린 주식은 보통 많은 물량이기 때문에 처분시 주가가 빠진다. 이렇게 되면 사모펀드는 해외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원금상환을 요구하고, 처분가보다 낮은 주가로 주식을 사들여 최대주주에게 갚는다.

이렇게 되면 주가가 하락해도 최소한 빌린 주식의 처분가와 다시 사들인 주식의 매입가의 차액만큼은 이득을 본다. 만약 빌린 주식을 처분한 뒤 주가가 오르면 해외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빌린 주식을 되갚고 나머지 주식을 팔아 이득을 본다. 코스닥 기업의 최대주주는 빌려준 주식에 대해 일정 수수료를 받고 해외 CB 발행으로 자금의 여유까지 생기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손해를 보는 것은 멋모르고 해당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뿐이다.

다시 말해서 기업이 CB와 BW를 발행하면 주가희석 우려가 있고 계약시 조건사항들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경영자의 정직성, 산업의 성장성, 기업의 경쟁력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여 CB와 BW 발행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글을 끝으로 6개월간의 ‘공시 따라잡기’ 칼럼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자세로 첫 회부터 지금까지 기업 공시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갈시키기 위해 기고하였고, 미력하지만 이를 통해 독자들은 공시에 대해 이해하고 기업들의 실체를 직시할 수 있게 되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당부하고 싶은 바는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 즉,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부를 창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부자(富者)’가 되고 싶어하지만, 기업 및 산업 등을 알려고 노력하는 투자자만이 자본 생존경쟁에서 부(富)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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