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오일머니 유치 기독교계 반발로 무산위기

입력 2011-03-04 11:16 수정 2011-03-04 11:2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수쿠크가 뭐기에…

이슬람채권법(수쿠크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금융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이슬람채권법 통과가 무산되면서 일부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이 제한되는 등 자칫 중동 오일머니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일머니 유치 어려워질수도 = 4일 금융권에 따라면 세계 최대 이슬람 금융시장을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일반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국내 금융회사에 “수쿠크 채권을 발행해야만 가능하다”고 통보해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금줄이 막히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35억 링깃(약 11억5000만 달러)를 빌리기로 했으나 최근 20억 링깃을 수쿠크 채권으로 발행해야 한다고 통보받았다. 하지만 수쿠크법이 통과되지 않아 사실상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동 산유국으로부터 막대한 오일 머니를 들여와 이슬람 금융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해 앞으로 신규 자금을 빌려줄 경우 수쿠크로 발행하라는 방침을 정했다”며 “수쿠크법의 국회 통과가 무산될 경우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은 원천 봉쇄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쿠크 발행이 어려워지면 그동안 금융회사들의 이슬람 자금유치 우회로가 막히면서 한국만 연간 1조 달러에 달하는 오일머니 유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링깃본드를 통한 추가 자금조달 계획을 중단한 것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10억링깃(3억3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하나은행도 앞으로는 링깃본드를 통한 자금조달을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

◇‘종교’ 아닌 ‘경제’ 관점 봐야 = 수쿠크법이 표류하는 것은 특정 종교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의 목소리 때문이다. 한나라당 기독인회 회장인 이병석 의원은 “특정자금에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닌지, 그 돈이 테러자금으로 연결될 여지는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속에는 ‘개신교-이슬람’간 종교적 갈등이 내재돼 있다. 한국기독교총연맹 등 개신교계 지도자들이 여야 지도부를 만나 처리 반대의사를 전했고, 일부 교인들은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에게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경제 전문가들은 수쿠크법에 대해 종교적 관점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3일 개신교 행사인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 수쿠크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회통합’과 ‘화해’, ‘화평’ 등의 단어를 통해 개신교계가 수쿠크법에 대한 오해를 풀고 경제적 관점에서 정부에 협력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슬람금융에 정통한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에서도 수쿠크 발행을 통해 이슬람 자금 유치에 나선 상황”이라며 “종교적 문제로 접근하면 해법을 찾을 수 없는 만큼 경제적 관점에서 이슬람 금융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는 4일 오후 2시 이슬람채권 비과세법안 관련 공청회를 비공개로 실시한다. 이날 공청회에는 정태영 대우증권 전무이사, 고영일 법무법인 가을햇살 변호사, 이원삼 선문대학교 교수, 권영준 경희대 교수 등 총 4명이 진술인 자격으로 참석한다.

※용어설명

◇이슬람채권(수쿠크·Sukuk) =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범에 따라 고안된 채권으로 실물거래 형식을 빌린다. 예컨대 산업은행이 이슬람채권을 발행할 경우 산은은 자기 건물을 이슬람 투자자에게 파는 형식을 취해 매각대금을 활용한다. 따라서 산은은 이자 대신 건물사용료를 지불하며 만기가 되면 반대매매로 소유권을 원상회복시키는 방식이다. 문제는 부동산이 오가면서 취득·등록세, 부가세 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슬람채권법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쿠크에 비과세혜택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코스피 역행하는 코스닥…공모 성적 부진까지 ‘속수무책’
  • "100% 급발진" vs "가능성 0"…다시 떠오른 고령자 면허 자격 논란 [이슈크래커]
  • 단독 북유럽 3대 커피 ‘푸글렌’, 한국 상륙…마포 상수동에 1호점
  • '나는 솔로' 이상의 도파민…영화 넘어 연프까지 진출한 '무당들'? [이슈크래커]
  • 임영웅, 가수 아닌 배우로 '열연'…'인 악토버' 6일 쿠팡플레이·티빙서 공개
  • 허웅 전 여친, 박수홍 담당 변호사 선임…"참을 수 없는 분노"
  • 대출조이기 본격화…2단계 DSR 늦춰지자 금리 인상 꺼내든 은행[빚 폭탄 경고음]
  • 편의점 만족도 1위는 'GS25'…꼴찌는? [데이터클립]
  • 오늘의 상승종목

  • 07.0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5,911,000
    • -2.29%
    • 이더리움
    • 4,732,000
    • -2.03%
    • 비트코인 캐시
    • 529,500
    • -2.31%
    • 리플
    • 681
    • +0.89%
    • 솔라나
    • 206,800
    • -0.1%
    • 에이다
    • 585
    • +1.92%
    • 이오스
    • 822
    • +1.11%
    • 트론
    • 182
    • +1.11%
    • 스텔라루멘
    • 130
    • -0.76%
    • 비트코인에스브이
    • 61,550
    • -1.44%
    • 체인링크
    • 20,350
    • -0.63%
    • 샌드박스
    • 461
    • +0.4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