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제품 앞으론 안 깎아준다

입력 2011-02-2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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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고공행진…할인관행 폐지

▲철강업계가 누적된 원가부담으로 공장도가격에서 일부를 할인해 주는 시황할인제를 폐지할 방침이다.
철강업계가 연일 치솟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관행처럼 가격을 할인해 주는 ‘시황할인제’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원가 압박에 시달리던 철강업계가 고육지책으로 제품의 가격을 할인해주는 시황할인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철강업계가 할인제도를 폐지할 경우 수요자들의 비용 증가와 제품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열연강판, 냉연강판, 후판 등 판재류를 생산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부제철 등 철강업체들이 잇따라 시황할인제 ‘축소’에서 ‘폐지’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해외 철강사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잇따라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의 눈치만 살피던 철강업계가 결국 본래 책정한 가격 그대로 받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원자재 값 ‘고공행진’…속타는 업계= 시황할인제는 본래 수요처에 제품을 공급할 때 기준가 이하로 할인 판매하는 제도다. 특히 시황이 나쁠 경우 공장도가격에서 일부를 할인하는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제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할인율은 본래 책정가격의 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철강업계는 원재료가격이 전체 제조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함에 따라 원가부담을 이유로 시황할인의 폭을 축소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완전히 없애고 본래 책정한 가격 그대로 받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철강 원자재인 철광석이 1년 만에 50% 가까이 급등하며 이달 들어 톤당 19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철스크랩(고철) 가격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400달러를 돌파, 현재 43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t당 42만5000원 수준이었던 국내 철스크랩(고철) 가격은 이달초 52만원으로 올랐고, 수입 철스크랩 가격도 410달러에서 508달러로 크게 상승했다.

업계는 원자재시장이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스코는 전분기보다 8% 높은 가격에 올 1분기 철광석 공급계약을 했다. 원료 주요 산지인 호주 대홍수 등의 여파로 철광석 가격은 지난 1월 t당 179달러로 전월 대비 12% 상승한 것이다. 특히 석탄은 t당 370달러로 전월 대비 무려 54%나 급등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해외 철강업체들이 잇따라 제품가격을 인상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중국 철강업체들은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을 반영해 다음달부터 철강제품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

일본 최대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 역시 도요타 자동차와 자동차용 철강재 납품가격을 1%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앞서 2월 계약분 부터 주요 건설용 강재인 H빔 가격을 3~4% 올렸다.

◇원가부담에 시황할인제 줄줄이 폐지= 국내 철강업계는 철근 가격만 일부 올렸을 뿐 판재류 가격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물가인상 억제방침에 따라 가격조정 시기를 정하지 못한 채 원가 부담을 최대한 자체흡수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수익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판재류를 사용하는 자동차와 조선, 전자 등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현재 거래되고 있는 내수시장 가격 수준 그대로 원자재가 투입이 되고 가격 인상을 못한다면 오는 1분기 이익률이 BEP(손익분기점)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동부제철은 3월 출하분부터 열연강판 가격을 t당 90만원으로 결정하고, 할인율을 없애기로 했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쟁업체인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먼저 이 같은 방침을 정한 상태여서 시장 분위기를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 고철 가격이 2월들어 t당 3만5000원 올라서 시황할인제를 유지하면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다”며 “지금처럼 높은 원자재가격이 유지된다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국제 철강가격이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한 이후 강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지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철광석 가격이 15~20%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중국 유통가격이 일시 주춤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재고 조정 영향이며 원재료 가격이 강세를 유지하는 한 제품 가격의 추가 상승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포스코의 내수 열연강판 가격 90만원이 국제 가격보다 비싸 아직 가격 인상은 안하고 할인율만 없앴지만 2분기 원재료 가격 인상이 가시화 되는 4월경에는 국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철강 시황의 흐름이 지난해 2월 단기간의 재고 조정 이후 4월 중순까지 더 큰 폭의 제품 가격 상승이 이뤄진 흐름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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