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월세로 민생 시름이 깊어지면서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해결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 해법은 여전히 요원하고 야권 대책도 세입자에게만 중심이 맞춰져 있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뒷북치는 정치권으로 시장 불안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민주, 임차인 중심의 해법 들고 나와 = 민주당은 9일 오후 당 차원의 대책특위(위원장. 원혜영 의원)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월세 상한제 및 주택 바우처 도입, 임대주택 의무 건설 등을 골자로 하는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전·월세 갱신청구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전·월세 계약 기간이 2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 경우 임차인은 최대 4년간 계약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전·월세 인상률을 연간 5%로 제한해 임차인의 무리한 경제적 부담을 덜게 했다.
대책에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및 미분양주택의 임대주택 전환, 주택 바우처(임대료 지원) 도입 등도 포함됐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소득층 무주택자에게 전·월세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주택 바우처 제도를 주거복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바우처 도입은 현재 당 소속 이용섭 의원이 발의,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으로 제도가 시행되게 되면 전국 30만 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는 별도로 조경태 의원은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도입을 위한 서명 운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대책이 세입자 중심으로만 구성돼 있어 임대인 권리 보호가 취약하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표류하는 여권, 대책 늦어질 경우 당정 갈등 확대 = 한나라당은 일단 정부 대책을 살펴본 뒤 보다 강화된 형태의 대안을 내놓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오는 11일 당정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전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당의 특성 상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만 또한 가중되고 있다. 실제 국토해양부는 최근까지도 전·월세 폭등을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야권이 주장하는 임대료 상한제에 대해선 ‘독배’라며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매매·전세시장 동시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완화만이 주요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몽준 전 대표는 9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전셋값 급등은 집값이 안정됐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고 집값이 오르면 해결된다는 주장은 처방이 될 수 없고 무책임한 말”이라며 “(정부가) 아무 대책도 없다고 하니 분노를 느낀다”고 강하게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