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기가 끝나는 134개 기관장 자리를 놓고 ‘낙하산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공기업 자리를 놓고 치열한 자리다툼이 예상되는 것은 집권 4년차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표밭 다지기를 위해서라도 친정부 인사를 대거 챙길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3년 임기를 다 채운 기관장 중 ‘경영성적이 탁월한 일부 외에는 연임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는 방침이어서 현 기관장의 연임로비는 물론 정치권과 관료 출신들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기관장 자리를 둘러싼 낙하산 격전은 이미 소리없이 시작된 셈이다.
◇134명 기관장 임기 만료…친정부 인사 많아 =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134곳 공기업은 부처별로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 기관장이 33명으로 가장 많다.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장이 18명으로 뒤를 잇는다. 국토해양부 16명, 교육과학기술부 15명, 문화체육관광부 12명, 금융위원회 7명, 농림수산식품부 4명, 보건복지부 3명, 노동부 3명 등도 교체 대상이다.
이들 대부분은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2008년에 취임했으며, 관료·군인 출신이 42명으로 가장 많고, 청와대·정치인 출신 21명, 학계에서도 22명이 배출됐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알짜배기’로 알려져 인기가 높은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관이다. 코트라(7월21일)는 물론 한국전력(8월26일), 한국가스공사(10월1일), 한국석유공사(8월18일) 등 이른바 ‘빅4’ 기관장이 모두 교체를 앞두고 있다.
코트라는 현 조환익 사장이 옛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이어서 후임 사장도 비슷한 직급이 자리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전은 국내 유일의 전기사업자이자 발전사와 비발전사를 움켜쥐고 있는만큼 김쌍수 사장 후임에 대해서는 내·외부적으로 상당히 조심스런 분위기다.
김신종(7월29일) 광물자원공사·정승일(8월26일) 지역난방공사 사장, 이태용(7월20일)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도 7~8월 사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암투는 시작됐다 =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임기를 마치는 공기업 기관장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3년 임기를 다 채운 기관장 중 경영성적이 탁월한 일부 기관장 외에는 원칙적으로 연임시키지 않는다는게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134개 공기업 기관장이라는 대규모 ‘물갈이’가 예고된 만큼 자리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는 공기업 감사 자리를 필두로 이미 시작됐고, 후임 기관장 자리를 놓고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선포한 지난해 8월15일 이후만 보더라도 공기관 감사가 교체된 23곳 중 14곳(60.8%)이 낙하산 인사였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선거캠프 출신, 청와대 근무경력자 등을 거쳤다. 내달부터 교체가 시작되는 공기업 기관장 자리를 노리는 정치권 출신과 관료 등의 암투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정권 말기에 접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친정부 인사 챙기기는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각 부처에서 퇴직한 전직 관료들의 자리를 관리하는 부서의 경우, 퇴직 고위 관료와 정치권 인사는 물론 현 정부와 친밀한 인사들까지 기관장이 바뀌는 공기업 분위기를 파악해 달라는 요구에 벌써부터 시달리고 있다는 것.
지경부 산하 민간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들 자리 역시 고위 관료나 정치인 출신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한전·가스공사·석유공사 등이 대표적인 곳으로 지난 3년간 경영실적이 좋았더라도 이런 알짜배기 공기업 기관장 자리를 민간에 다시 내주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탰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공기업 기관장 후보 리스트에 올라 있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며 “아무래도 이들에게 기관장 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