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기업은 '피멍'

입력 2011-01-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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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방위 물가압박..기업의 가격결정권 뺏길라

정부의 전방위적인 가격 인하 압박에 기업들이 ‘피멍’이 들고 있다.

대내·외에 산적해 있는 가격 인상 요인에 따라 가격을 올렸음에도 정부의 ‘찍어누르기식’ 물가 정책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는 지금 기업의 고유 권한이 가격결정권마저 정부에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집권 초기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표방했었던 정부가 ‘공정사회’를 부르짖고 있으며 기업을 압박하더니 이제 물가 상승의 책임을 모두 기업에 떠넘기려는 등 돌변한 것에 ‘기업에는 비공정한 정부’라는 성토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4일 청와대와 정부 등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유가가 어떤 것보다 다른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기름 값을 보면 주유소 등의 행태가 묘하다”며 ‘기름값이 비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최근 물가관리 부처로 자처하고 나선 ‘물가 5분 대기조’ 공정거래위원회는 즉시 정유 4사 및 액화석유가스(LPG)업체 2개사에 대한 불공정행위 혐의 조사에 착수, 정유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정유 업체들은 “기름 값이 비싸긴 하지만 가격을 내릴 여지가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제조과정이나 유통체계가 단순하고 원가와 환율 등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투명하게 공개돼 있어 ℓ당 10원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기름 값의 절반은 세금인데 세금에 대한 대안은 없고 항상 정유사 목만 조이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공정위는 2009년 9월 이 대통령이 “LPG, 우유 등 서민물가를 관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지자마자 담합조사에 나서기도 했었다.

유통·식품업계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지난 11일에는 식품업체 및 식품 소재·가공업체 임원들이 정부의 ‘호출’을 받은 후 잇따라 가격을 내리기도 했다. 공정위는 또 제당 3사에 대한 가격담합 혹은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는 이미 마쳤다.

제당사 관계자는 “그 동안 적자를 감수하고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에 최대한 협조,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 왔지만 국제 원당가의 폭등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며 “정부가 식품업계를 주범으로 몰고 있고 특히 물가 조사까지 나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철강업계를 겨냥했다. 최 장관은 지난 13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1년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해 철강업계가 가격인상을 자제하는 노력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사실상 가격 인하 혹은 동결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담합이라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라며 “정부의 요구에 따라 가격인하를 고민은 해 보겠지만 원가가 내려가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전 방위적 물가잡기 압박이 기업들의 고유 영역인 가격 결정 권한까지 뺏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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