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기업 지주사의 직무유기

입력 2011-01-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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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대기업 집단 계열사의 불법 행위를 취재하던 중 지주회사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계열사들도 각각 하나의 기업으로 독립적인 운영을 하고 있으니 지주사는 알 바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기업 집단(그룹)의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서 문제가 발견됐을 때 계열사 관계자가 “회장님은 얼굴도 본 적이 없으니 연관시키지 말라”며 당부한 일도 있다. 안 좋은 일로 구설수에 올랐다가 행여 회장님의 눈 밖에 나기라도 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여러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 집단에서 모(母)회사와 자(子)회사는 말 그대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주사와 계열사, 그룹과 계열사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은 부모와 자식이 무관하다는 것만큼이나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공공장소에서 유독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소란한 아이들을 볼 때면 그 부모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아이는 몰라서 그렇다고 이해해 줄 수도 있지만 아이가 잘못을 해도 나무라지 않고 방치하는 부모는 아이를 잘못 키워 민폐를 끼친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대기업 집단도 마찬가지다. 일차적인 책임은 문제를 일으킨 해당 계열사에 있겠지만 지주사나 그룹도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주사는 계열사를 전반적으로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으며 계열사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식이 많은 부모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한탄하듯 대기업 집단의 지주사는 많은 자회사를 돌봐야 한다는 짐을 짊어지고 있다. 지주사는 자식을 유기하는 비윤리적인 부모라는 악평을 받기 전에 계열사를 잘 관리하고 계열사에 대한 책임을 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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