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토끼와 비즈니스골프

입력 2010-12-29 07:28 수정 2010-12-2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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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문다. 나흘만 있으면 해가 바뀐다. 아쉬움이 가슴에 남는 호랑이(庚寅)년을 버리고 대망의 토끼(辛卯)년을 맞는다.

토끼는 골프와 관계가 깊다. 골프발상지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류스 올드코스. 해풍과 야생동물도 코스관리에 한몫 했다. 초창기 골프장의 그린과 페어웨이를 관리한 주인공은 바로 토끼다. 야생 토끼를 페어웨이와 그린에 방사해 풀을 뜯어 먹게 함으로써 잔디의 길이를 유지한 것이다. 골고루 풀을 뜯었다면 그만큼 코스는 깔끔한 모양을 하고 있었을 터. 물론 오늘날과 같은 잘 정비된 골프코스는 아닐지라도 골프장 관리자의 지혜가 놀랍다.

토끼하면 친근하게 등장하는 것이 거북이다. 토끼와 거북이는 7080세대의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향수어린 우화(寓話)다. 깡충깡충 달리는 토끼와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북이. 나무 그늘에서 잠자고 있는 토끼와 최종 목적지의 깃대 앞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는 거북이의 그림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사실 토끼는 꾀가 많고 눈치가 빠르다.

‘처음부터 경쟁이 안 되는 설정’의 토끼와 거북이가 주는 교훈은 누구나 다 안다. 거꾸로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거북이가 동료들과 수다를 떨다가 수영을 전혀 못하는 토끼에게 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에 흥미로운 것이 있다. 골프와 연관시켜 보면 이렇다. 장소가 구릉지다. 골프코스를 연상시킨다. 깃대는 마치 그린의 핀 같다. 토끼의 잠은 고수의 여유다.

토끼가 비즈니스 골프에 성공한 것으로 보면 지나친 비약일까. 누가 보아도 토끼가 기량이 앞선다. 그런데 뻔한 승부에서 거북이를 이긴다면 토끼는 비즈니스를 포기한 것이다. 처음부터 토끼는 거북이에게 이길 생각이 없었다. 이겨야 본전이다. 패함으로써 거북이를 기분 좋게 해 언젠가 이득을 취할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미래를 담보했다는 얘기다.

골프도 이와 흡사하다. 비즈니스 골프에서 동반자는 결코 경쟁상대가 아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첫 홀에서 티샷하는 순간 모두가 적(敵)이 된다. 이 때문에 즐거워야할 골프가 스트레스만 받게 한다. 이기려는 욕심 탓이다.

골프의 적수는 따로 있다. 골프코스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것처럼 코스에서 골퍼는 공평하다. 때문에 야구나 축구 등 타(他) 스포츠와 다르다. 상대방이 던진 볼을 때리는 야구나 볼을 빼앗아 상대방 골문에 넣어야 하는 축구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골프도 기록경기다. 스코어가 낮아야 이긴다. 그렇다고 배구나 테니스처럼 상대방에게 볼을 날리지는 않는다. 펜싱처럼 칼로 찔러 대지도 않는다.

볼만 때리면 된다. 오로지 홀을 공략한다. 골프도 경쟁을 하긴 한다. 다만, 우리의 경쟁 상대는 동반 플레이어가 아니다. 오직 자신과 코스와의 싸움이다. 이 때문에 ‘나는 어떻게 코스를 공략하며, 동반자에게 지장을 주지 않고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골프는 인간관계의 장애물을 허물어주는 마법을 지녔다. 새로운 인맥형성에 주춧돌이 된다. 특히 의사소통의 가교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골프는 비즈니스의 가장 강력한 비밀병기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플레이가 끝난 뒤 목욕탕에서 침을 튀기며 “오늘 몇 타 쳤어?”,“얼마나 땄는데?”라고 한다. 새해에는 “오늘 플레이 기분 좋았어?”, “동반자들과 즐겁게 라운드 했어?”라고 바뀔 수 있을까.

라운드를 마치면 늘 후회가 남는 골프. 라운드를 하면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자문해 본다.

‘올해는 스코어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았나’, ‘스코어는 속이지 않았나’, ‘라이가 나쁘다고 슬쩍 볼을 옮겨 놓지는 않았나’, ‘OB가 난 것을 알고 알까기를 하지 않았나’, 상대방이 실수했을 때 실실거리고 웃지는 않았나’, ‘동반자들을 불쾌하게 하지 않았나’ 등등.

과연 나의 올해 비즈니스 골프는 몇 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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