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하이닉스반도체에 48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2부는 15일 하이닉스(구 현대전자산업)가 ‘고 정몽헌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통해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현 회장을 포함한 구 현대전자 임직원 8명이 하이닉스에 48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 중 상당액이 현대전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고 정 회장이 회사성장에 공헌한 점과 현대전자 임직원들의 재직기간 및 의사결정 영향력 등을 감안해 배상액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한라건설 지원을 통해 발생한 피해액의 70%, 계열사 지원으로 발생한 피해액의 40%를 책임지는 선으로 배상액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중간에 항소를 취하한 강 모 씨 등 2명은 1심 판결대로 4억8000여만원을 현 회장 등 3명과 연대해 배상하라고 명했다.
하이닉스는 고 정 회장의 부인이자 유일한 상속인인 현 회장과 현대전자산업 전직 임직원 등 8명을 상대로 총 82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에서는 현 회장 등이 574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바 있다.
현대그룹은 재판부의 판결과 관련해 "2심 선고판결이 너무 가혹하다.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현 회장 변호인은 "재판부의 판결은 존중하나 위장 계열사 코리아음악방송 지원금액 관련 대환이 인정되지 않아 손해액이 과다하게 산정된 점은 승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현 회장은 당시 상속인으로서 부채를 더 많이 물려받았고, 가정주부로써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점 등이 반영되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사자인 故 정몽헌 회장이 법정에서 당시 경위를 직접 밝힐 수 없는 상황이므로 7년이 지난 지금 상속인에게 상속 당시 인지하지 못했던 사안의 책임을 과도하게 지우는 것은 무리"라며 "따라서 이 점이 재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대법원에 상고해서 최종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고 정 회장은 지난 1996~2000년까지 현대전자 대표이사 시절 외화매입 가장방식으로 약 29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임의적으로 소비했다.
또 코리아음악방송 등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거나 한라건설의 기업어음을 정상금리보다 낮은 이자율로 할인매입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납부명령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