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3분의1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며 승승장구하던 싸이월드가 갑자기 답보상태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경쟁 사이트, 블로그나 카페가 아니라 온라인게임 카트라이더였다.
길거리에 있는 피트니스 클럽의 경쟁 상대는 길 건너편의 다른 피트니스 클럽만이 아니라 닌텐도의 ‘위 피트니스’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 10월 제일기획은 ‘소비자들이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조사했다. 조사결과 ‘휴대폰을 갖고 논다’는 응답이 22.2%, ‘영상기기를 이용한다’가 14.7%, ‘음료수를 마신다’는 답이 11.7%로 나왔다. 제일기획은 ‘쉰다’는 측면에서 볼 때 “휴대폰이 영상기기나 음료수와 경쟁하는 관계”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사례는 업종 간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는 ‘액체사회’에서는 같은 업계 내뿐만 아니라 타 업계에서도 얼마든지 경쟁자가 떠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인 갤럭시S의 경쟁상대는 아이폰, 구글폰만이 아니라 코카콜라도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와세다대학 비즈니스스쿨의 교수이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전 일본 대표인 저자는 위와 같이 판매경로나 비용구조도 다르고 장기로 내세우는 기술이나 브랜드 이미지도 전혀 다른 기업 간의 새로운 싸움을 ‘이업종 격투기’리고 이름 붙인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기업들이 서로 다른 규칙으로 같은 시장의 고객을 놓고 경쟁한다는 의미다.
이 책은 이러한 ‘이업종 격투기’의 구조를 설명하고 그 경쟁의 승자가 되기 위한 전략 구축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같은 업계 내의 경쟁’만을 전제로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그동안의 경영전략으로는 대응할 수 없던 새로운 경쟁의 승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의 한 기업의 활동을 ‘상품 개발’, ‘조달’, ‘제조’ 등 기능별로 분해하여 표시한 기존의 ‘가치사슬’로는 어디서 타 업계 경쟁자와 맞닥뜨릴지 알 수 없으므로 더욱 큰 ‘가치사슬’인 ‘사업연쇄’를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연쇄’란 ‘레코드 시장’을 예로 들면 음악가, 레코드 회사, 전자기기점, 레코드점, 레코드 바늘, 레코드 플레이어, 전자기기점, 소비자 등으로 이루어지는 연결고리를 말한다.
‘사업연쇄’에서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음악가와 소비자뿐이고 그 사이에 있는 요소들은 음악을 듣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은 소비자의 시선으로 음악을 어디에서 구하고 싶은지, 어떤 식으로 듣고 싶은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레코드든 CD든 음원이든 수단은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업종 격투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업계 외부에까지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업연쇄’를 분석했다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경쟁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시각으로 승산이 없어 보이는 전쟁에도 용기 있게 도전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책속의 풍부한 사례에도 불구하고 교수인 저자 특유의 학술적인 냄새를 지우지는 못해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약간 어렵다는 느낌이지만 기업· 업종 간을 초월하는 무차별적인 경쟁 상황에서의 위기극복 방안은 참조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