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타결] 미국의 합의내용 일방 발표 … 외교적 결례?

입력 2010-12-04 16:25 수정 2010-12-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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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3일 오후(현지시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일 오전 FTA 추가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양측 대표단은 금번 회의 결과를 자국 정부에 각각 보고하고 최종 확인을 거쳐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본부장 등을 비롯한 한국 측 협상대표단이 귀국 비행기에서 서울로 향하는 동안 미국 정부는 USTR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차 부문에 대한 주요 협상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USTR 홈페이지를 통해 FTA 추가협상 결과를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까지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적인 면만 놓고 보면 미국의 이날 FTA 협상결과 발표는 단순한 실수나 착오가 아니라 상당히 '준비된'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행동은 무엇보다도 이번 FTA 협상결과를 국민에게 세일즈해 한ㆍ미 FTA에 '깐깐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는 미 의회를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의 이런 계산은 미국 측이 FTA 합의 내용 중 미국측에서 유리한 자동차 관련 합의내용만 집중 부각시킨 점에서도 뒷받침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한ㆍ미 FTA 비판론자였지만 대통령이 된 후 수출증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미 FTA 지지 입장으로 바뀐 만큼 FTA 조기발효를 위해 이번 협상 성과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던 지난달 11일 한국 방문 때 이를 타결짓지 못함으로써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았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했다는 것.

아무리 일방적인 협상이라고 하더라도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기 때문에 한ㆍ미 양국이 동시에 발표할 경우 협상에서 미국측이 부족했던 부분도 드러날 수 있으므로 한국이 발표하기에 앞서 '선수'를 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의 통상소식통은 "미국 정부 발표만 보면 미국이 많은 것을 얻었고 한국이 상당 정도 양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초 미국측이 요구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으로선 선방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협상결과가 당초 미국 업계나 의회의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어서 이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인 것이다.

미국측의 일방적인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맞불을 놓는 식으로 협상결과를 즉각 발표하지 않고 5일 오전 11시(한국시간)에 언론에 브리핑하기로 했다.

때문에 한국 정부도 미국의 이런 고민을 알고 일방발표를 사전에 양해했거나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대두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최대 목표는 개별적인 협상결과에 대한 일희일비가 아니라 한ㆍ미 FTA의 조속한 발효이기 때문에 미 의회에서의 한ㆍ미 FTA 비준을 위한 유리한 환경조성을 위해 미국측을 '배려'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런 선의의 해석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발표 내용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협상성과가 부각되면서 협상에 카운터파트로 나섰던 한국 협상대표단은 '졸속협상'을 했다는 비난에 정면으로 노출되는 등 입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국내 일부 야당과 FTA 비판세력들은 '퍼주기 협상'이라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통상소식통은 "미국 정부의 FTA 협상 결과 발표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한국정부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협상결과 세부 내용 공개에 있어서는 지나친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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