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신화 쓰는 기아차의 질주

입력 2010-12-02 11:02 수정 2010-12-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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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상품전략 주효, 해외시장서 KIA 브랜드 더 유리해

기아자동차 11월 판매실적이 사상 최초로 20만대를 넘어섰다. 기아차는 지난달 내수 4만4049대, 수출 17만8067대 등 총 22만2116대를 기록하며 지난 4월에 이어 사상 최고 기록을 또 다시 갈아치웠다.

올 들어 사상최고 실적을 꾸준히 갱신해 온 기아차는 내수판매에서 형님 격인 현대차를 위협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영업이익 기준 ‘1조클럽’가입을 확정짓기도 했다.

▲기아차 K5. 지난 10월 미국시장에 현지명 '옵티마'로 공개됐다. 최근 기아차 급성장의 배경에는 디자인 경영과 치밀한 상품기획력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1월 중 현대차가 내수 6만348대, 해외 25만4221대 등 총 31만4569대를 팔아 작년동기의 판매에 비해 1.4%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특히 국내 완성차 업계가 지난 11월 내수 시장 판매량이 13만1961대로 작년 동월 대비 3.4%, 전월대비 0.6% 감소했지만, 기아차는 이 기간중 4만4049대 판매로 작년 동월 대비 13.9%가 신장했다.

반면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등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내수시장 판매가 6만348대에 그쳐 작년동월 대비 13.0%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내수시장 점유율은 현대차가 45.7%로 1위를 지켰지만, 10월(47.2%)에 비해 1.5%포인트 하락한 반면, 기아차는 33.4%로 전월보다 오히려 0.9%p 상승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내수시장 점유율 격차도 10월의 14.7%p에서 11월에는 12.3%p로 2.4%p가 축소됐다.

기아차의 이런 호실적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영업손실을 흑자로 전환한 기아차는 지난해 성장세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8년 한해동안 기록한 영업이익을 올 들어서는 1분기 만에 기록하는 등 최근 2년 사이 놀랄 만한 성장세다.

◇ 디자인 경영과 상품전략이 주효=기아차의 이같은 성장은 국내 완성차 업계는 물론 현대차에게조차 적잖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재계와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런 기아차의 호실적 뒤에 연이은 신차 출시와 디자인 경영, 고객성향에 맞춘 상품 전략 등이 뒷받침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아차의 전통적인 특징은 ‘스포티’다. 지난 1986년 공업발전법이 해제되면서 승용차 시장에 뛰어든 기아차는 일본 마쓰다의 작고 경쾌한 차를 들여오며 승용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포티한 차는 우리 국민 정서와 잘 들어맞는다. 이제까지 국산차의 성향은 미국차 중심이었다. ‘수출주력국의 배기가스와 안전기준을 도입해 자동차산업의 발달을 도출한다’는 정부 계획과 현대차의 상품전략이 만나면서 국산차는

미국차의 성향이 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미국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현대차 아반떼HD의 경우 소프트한 승차감과 가벼운 핸들링이 강점이다.

그러나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했으되 유럽 시장을 겨냥한 기아차의 유럽전략형 ‘씨드’는 탄탄한 서스펜션과 묵직한 핸들링을 내세워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 i30가 바로 이 씨드의 현대차 버전이다.

모터리제이션이 다변화되면서 보다 젊은층이 오너 드라이버의 반열에 올라서게 됐고 스포티하고 경쾌한 차가 차츰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기아차의 브랜드 특성이 이 추세와 잘 어울렸다. 상대적으로 니어 럭셔리를 주장해 온 현대차보다 젊은층의 감성에 기아차가 더 접근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 현대차와 동일 플랫폼, 라인업 더 다양해=기아차는 내수시장 성장 만큼이나 해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구소는 통합돼 있다. 지난 2000년 뉴 EF쏘나타와 옵티마를 시작으로 추진한 플랫폼 통합 작업도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다르지 않는 품질과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현대차가 지난 1980년대초 미국시장 실패를 거울삼아 오기처럼 지키고 있는 ‘품질경영’의 DNA를 기아차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았다.

기아차 만의 마케팅 전략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우선 기아차는 모델이 다양하다. 준중형급인 포르테의 경우 4도어 세단과 5도어 해치백, 2도어 쿠페 등 차를 선택할 여지가 많다. 반면 현대차 아반떼는 4세대부터 4도어 세단 한 가지만 고집하고 있다.

상품기획도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와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되 지향점은 분명히 다르다. 3세대 스포티지R이 좋은 예다.

현대차 투싼ix와 핵심 기술과 파워 트레인을 공유하되 평범한 컴팩트 SUV를 떠나 승용차 성향의 디자인과 컨셉트를 담은 크로스오버를 지향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한 디자인 경영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발빠르게 도입한 것도 판매 확대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 2000년대초 벤츠가 첫 선을 보인 4도어 쿠페 컨셉트는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많은 메이커가 이를 추종하며 쿠페 스타일의 4도어 세단을 내놓았다.

기아차 역시 발빠르게 4도어 쿠페 컨셉트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첫 주인공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중형세단 K5다.

지난 10월부터 미국, 중동 등지로 수출하기 시작한 K5는 10월 5762대에 이어 11월에는 7581대가 수출됐고 향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스포티 성향과 브랜드 이미지 유리해=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 가운데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기아’라는 브랜드다. 기아(KIA)는 전세계 모든 언어권 사람들이 가장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는 브랜드명 가운데 하나다.

이는 수출시장에서 중요한 조건이다. 기아라는 브랜드 네임은 발음이 명확치 않은 ‘휸다이’ 또는 ‘삼숑’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기아차의 성장은 ‘현대차와 동일한 플랫폼’이라는 기본요소 외에도 디자인과 상품전략이 적절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현대차는 물론 GM대우와 르노삼성, 심지어 쌍용차에게까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성장세는 뚜렷하되 한계점도 분명할 것이라는 주장도 자동차업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종합 완성차 메이커로서 갖춰야할 라인업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성이 강한 모델 또는 컨버터블이나 럭셔리 쿠페 등 이미지 리더의 필요성도 존재하고 있다.

이 분야를 현대차가 담당하게 된다면 기아차의 성장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게 된다. 거꾸로 현대차와 똑같이 니치 시장을 공략하되 보다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운다면 향후 현대차를 앞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플랫폼 통합에 이어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시설을 통해 기아차가 생산된다면 상황은 기아차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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