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키코 판결의 교훈

입력 2010-12-01 13:34 수정 2010-12-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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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장 겸 금융부장

▲부국장 겸 금융부장
2년여간 갈등을 빚어 온 키코 문제에 대해 사법부가 은행의 손을 들어 줬다.

키코 재판의 핵심 쟁점은 키코가 은행에만 유리하게 설계된 불공정한 상품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기업들은 키코가 원래부터 기업에 불리하고 은행이 폭리를 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한 반면 은행들은 키코는 환율 움직임에 따라 중소기업들도 충분히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맞섰다.

재판부는“키코상품 구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기업들이 키코 손실을 입은 것은 2008년 당시 발생한 ‘금융위기’ 라는 돌발 변수 때문이지 키코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사후적 시장 상황의 변화만을 이유로 계약상 책임을 부정한다면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와 민법의 대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는 입장을 밝혔다.

총 소송가액 1조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법정 증언 등 숱한 화제를 낳았던 이번 소송은 결국 약자인 기업이 패소하고 말았다.

아직 1심 판결이라 최종 판결까지는 상당시간 양측의 법정 공방이 불가피 하지만 이번 소송은 판결 결과를 떠나 기업이든, 개인이든 간에 자신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 항상 책임이 뒤따른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 동안 키코 피해 처럼 잘못된 선택으로 서민들이 불이익을 당해야만 했던 금융관련 갈등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부실 저축은행의 파산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예금을 떼였던 적이 있었다 .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까지 라는 것을 알지만 불과 수년전만 하더라도 그렇치 못했다.

예금 이자 많이 준다는 소식에 부실한 저축은행에 예금을 맡겼다가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떼이고 울부짖는 저축은행 거래고객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금융 지식이 부족한 서민들이 대부분이어서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들 피해 고객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앞으로 규정을 잘 알고 신중히 판단해 투자하라는 위로의 조언 이외엔 없었다.

2003년 카드채 사태 역시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드사들의 마구잡이 신용공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많은 카드 사용자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상환 능력 이상의 과도한 사용 한도를 부여해 카드를 마구 사용하게 끔 해 놓고 카드사들이 경영난을 겪자 일시에 대금결제를 요구해 신용불량자로 내몰은 것이다.

신용불량자가 무려 800만명에 달하자 정부가 신용회복 지원에 나섰지만 카드빚 유혹의 결과는‘신용불량자’라는 멍에를 짊어져야 했다. 한해 1만5000건 이상의 분쟁이 벌어지는 보험 역시 보험사와 상품 선택에 가입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자칫 지인의 권유로, 또는 향후 거액의 보험금을 탈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약관 규정 한번 읽지 않고 가입했다간 막상 보험금 청구 시점에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일이 빚어질 수 있다.

이젠 금융소비자들도 금융회사에 돈을 맡기든, 자금을 빌려쓰든 간에 올바로 알고 신중히 판단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약자인 금융소비자한데만 책임 전가해선 안 된다.

금융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 운운하기 이전에 금융회사들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

정보의 한계와 대항력이 약한 금융소비자가 거대한 금융회사를 상대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억울한 금융소비자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조정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금융회사와 소비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견제와 대립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상호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동반자적 관계라는 것을 금융당국, 금융회사, 소비자 모두가 함께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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