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여풍당당]⑨성주그룹 김성주 회장

입력 2010-11-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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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재벌 딸 체질 안 맞아”… 명품 CEO로 홀로서기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재벌가의 딸로 태어났지만 ‘안락한 삶’은 내게 맞지 않았다.”지난달 20일 김성주(54) 성주그룹 회장이 미주지역 한인들의 모임인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이 선정하는 ‘자랑스러운 경영인(Corporate Honoree)’에 선정됐다. 또 최근 한국리더십센터가 682명의 네티즌들에게 ‘우리 시대 가장 신뢰받는 리더’를 설문한 결과 최고경영자(CEO) 부문에서 김성주 회장이 뽑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997년 김 회장은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 100인’에 포함됐고 2004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주목할 만한 여성기업인 50인’에도 선정됐다. 올해 3월에도 월스트리트저널은 김 회장이 독일 MCM을 인수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점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이처럼 김성주 회장은 우리나라 유통·패션업계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인물로 재탄생했다. 그의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재벌가의 막내딸로 태어나 풍요로운 생활을 저버리고, 스스로 본인의 인생을 개척해 성공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임금협상 벌인 ‘이상한 소녀’=김성주 회장은 ‘재벌가 딸’이란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은 ‘독특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고(故)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딸로 태어난 김 회장은 아버지가 1962년 매입한 돈암장(대지면적만 2446㎡(740평)에 달하는 저택)에서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7남매 중 막내였던 그는 형제들과 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응석받이일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성격을 지닌 소녀로 통했다.

그가 초등학생이 되자마자 한 일은 아버지를 상대로 ‘임금협상’을 벌인 일. 그냥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던 김 회장은 아버지 손수건 챙기기, 서류가방 챙기기 등의 업무를 하면서 용돈 500원을 받겠다고 임금협상을 했다고 한다.

고 김수근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기질이 남달랐던 막내 딸을 두고 항상 ‘이상한 놈’이란 호칭을 달고 살았다고 전해진다. ◇재벌가 막내딸을 포기하고=김 회장은 재벌가의 딸로 태어났지만 그냥 주어진 '편안한 삶'은 체질에 맞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여자가 무슨 공부냐, 시집이나 잘가면 되지. 여자는 바깥일을 하면 안된다.”라는 식의 아버지의 말은 항상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 명문대인 앰허스트에 합격했지만 아버지는 ‘여자’라는 이유로 유학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유학생활은 김 회장에게 뚜렷한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 1981년 앰허스트대를 졸업한 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원(LSE)을 거쳐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김 회장은 이때부터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한다’는 가치관을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버드대에서 만난 영국계 캐나다인 딘 고달드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아버지는 김 회장을 ‘버린 자식’으로 취급했고, 학비와 생활비도 끊기면서 그는 학업을 포기하고 백방으로 직장을 찾아다녔다. 이때부터 김 회장은 명품패션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지인의 소개로 얻은 첫 직장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명 백화점인 블루밍데일. ‘패션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미국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백화점이다.

1989년 한국에 귀국한 김 회장은 구찌, 이브생로랑 소니아리키엘 MCM 등 명품 브랜드 딜러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패션 사업을 시작한다.

◇세계가 인정한 한국 명품패션의 창조자=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김 회장은 ‘MCM’만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정식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생산까지 담당했던 만큼 끝까지 붙들고 있기로 한 것. 당시 김 회장은 “포기하지 맙시다. 우리 열심히 일해서 5년 뒤에 MCM 본사를 인수합시다.”라고 말하며 직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지난 2005년 독일의 명품 브랜드 MCM을 인수하고 2007년 미국 블루밍데일 백화점 14개 매장에 MCM을 한꺼번에 입점시키며서 김 회장의 사업수완이 빛나고 있다. 미국 최고의 명품 백화점인 삭스 15개점에 MCM을 동시 입점시킴은 물론 현재 전 세계 3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연매출 650억원이던 브랜드를 4년 만에 연매출 2200억원의 명품 브랜드로 키워 성공 신화를 쓴 김 회장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한다. “제 목표는 MCM을 ‘부잣집 마나님’이 아닌 전문직 남녀가 가장 갖고 싶어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만드는 겁니다. 10년이면 충분합니다. 한국을 세계 명품 강국 반열에 올려놓겠습니다.”

◇AWSJ ‘세계 여성 기업인 50명’ 뽑혀=김성주 회장은 국내 에너지기업인 대성그룹의 막내딸로 1956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김수근 창업주가 세운 대성가(家)는 ‘수재 집안’이다. 큰 오빠(김영대 대성 회장)와 둘째 오빠(김영민 SCG그룹 회장), 셋째 오빠(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모두 서울대를 나왔고, 두 언니도 각각 서울대 미대와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김 회장이 고교 2학년이던 때 가장 친하게 지냈던 넷째 오빠가 대학 입시에 낙방한 걸 비관해 ‘생을 마감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받은 정신적 충격으로 김 회장은 연세대 신학과를 선택, 이후 도미, 앰허스트대학과 영국 런던 정경대학에서 공부했다.

귀국 후 아버지에게서 3억원을 빌려 1990년 성주인터내셔널을 설립해 그동안 밀수품으로 들여오던 구치, 이브생로랑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에 라이센스료를 주고 물품을 공식 수입하는 패션 유통업을 하다 2005년 독일 MCM사를 인수했다.

다양한 활동으로 스위스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 100인으로 지명됐고 2004년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주목할 만한 세계 여성 기업인 50명에 선정했다. 세계은행 홍보대사를 맡는 등 해외에서 더 지명도가 높다. 또한 연 수입의 30%를 사회에 기부하는 등 ‘가치있게 돈 잘 쓰는 기업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경영이 애국” 정치권 러브콜 거절=재벌가의 딸, 명품 MCM의 CEO 등 모든 것이 그를 부각시키지만 더욱더 김 회장을 부각시키는 것은 그의 거침없는 발언이다. 김 회장의 화려한 언변과 경영성과는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동안 김 회장은 수 차례에 걸쳐 정치권 입문 제의를 받았지만 김 회장은 “정치할 생각이 없다”며 단호히 거절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정치는 절대 안 할 생각이다. 자문위원 정도의 역할이 내게 적당하다. 내가 기업을 하는 것이 더 애국하는 길이다. 난 너무 솔직해 정치에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말해 화제가 되고 있다.

김 회장은 또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지난 3월 ‘성주재단’을 설립, 북한 동포와 국내 소외계층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자”는 김 회장의 인생철학이 담긴 산물인 셈. 김 회장은 외동딸에게 ‘유산은 꿈도 꾸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고 한다. 그런 그는 최근 모든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최근 김 회장의 발언 중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말은 “강해지려면 여자도 군대 가야한다”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지난 7월 김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최한 ‘2010 제주 하계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대학 나오고 유학까지 가서 공부한 여자가 사회 탓을 하면서 집에 있으려고 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며 강조했다. 그는 “강한 여자가 되기 위해서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한다”며 “조금만 뭐라 하고 한계상황에 닥치면 울고 도망가는 여자는 리더가 될 수 없다”며 여성 스스로 깨어있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2000년대 출간한 ‘나는 한국의 아름다운 왕따이고 싶다’라는 책은 김 회장이 CEO로서 재조명을 받을 때마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책이 담고있는 최종 메시지는 바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고와 일깨움이다. 잠자고 있는 여성들이 깨어나 한국의 변화를 일으킬 기반을 마련하고 모든 국민들이 한국문화와 관습의 틀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왕따’가 돼야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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