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경영]⑧한진그룹‘일우스페이스’

입력 2010-11-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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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숲속의 ‘문화 오아시스’…조양호 회장 ‘사진사랑’반영

▲두사람이 일우스페이스 갤러리를 감상하고 있다.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을 지나는 행인들은 문화·예술인이 된다.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가로 10m, 높이 3.7m의 초대형 윈도우 갤러리가 있어서다. 윈도우 갤러리에 전시되는 미술품·사진·조각 작품들은 정기적으로 교체되어 행인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윈도우 갤러리가 이른바 아웃도어 미술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윈도우 갤러리를 운영하는 한진그룹의 미술·사진 전시공간 일우스페이스는 오후 6시 반에 문을 닫는데 반해 윈도우 갤러리는 밤12시까지 불을 켜둔다. ‘문화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문화 알리미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일우스페이스의 설립취지가 잘 드러나는 현장이다.

일우스페이스는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이 지난 4월 8일 연 미술·사진 전시공간이다.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안에 있으며 총면적 547.2㎡(165.8평)에 각각 290.2㎡(88평), 93.1㎡(28평) 규모로 제 1,2 전시관을 갖추고 있다. 특히 관람료는 무료로 한진그룹이 그 동안 성원해준 고객의 사랑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개관했다.

일우 스페이스는 소나무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사진작가 배병우(61세)의 사진 전시를 시작으로 국내 최대 아마추어 사진공모전인‘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입상자 전시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기성작가뿐만 아니라 유망한 신진작가들의 작품들을 고루 전시한다는 이야기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대한항공여행사진 공모전’은 국내 최고의 아마추어 사진 작가전으로 명성이 높다. 지난 1994년 바람직한 여행문화 정착과 사진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시작됐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매년 여행사진 공모전 심사 때면 직접 본선 심사에 참여해 작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깊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입상작은 서울, 부산 등 국내 주요 도시에 순회 전시를 하며 일우스페이스에서도 볼 수 있다.

또 일우스페이스에서 일우사진상 수상작품들이 큰 볼거리다. 국내 유망한 사진작가들의 사진이 총출동하는 자리여서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호를 따 2009년 8월에 일우사진상을 제정하고 2년째를 맞았다.

일우 사진상은 예술, 다큐멘터리 등 영역 제한을 두지 않고 사진에 기초해 회화나 영상과 접목시킨 작품 등 사진 매체를 활용해 제작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국내외 심사위원단의 1:1 면접을 거쳐 올해의 주목할 만한 작가 3명을 최종 선정하고 전시, 출판 등을 지원한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작가에 최종 선정된 작가 중 전시 부문 2명(사진예술 일반 및 자연 다큐멘터리 분야 각 1인 선정)은 작품제작 활동비와 일우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수 있다. 출판 부문 1명은 영국 페이든, 독일 핫체칸츠 등 해외 유명 아트북(Art Book) 출판사에서 작품집 출판과 일우스페이스 개인전 개최 기회가 주어진다. 국내 사진상 지원 규모로는 최대를 자랑하고 있다.

일우 사진상의 가장 큰 특징은 서류전형에 통과한 1차 선발 자들도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에게 직접 작품을 선보이고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심사위원단 선정 시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을 고려해 수상 작가들의 장기적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일우스페이스가 특히 사진으로 유명한 것은 유난히 사진을 좋아하는 조 회장의 취미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01년부터 국내외 출장길에 틈틈이 찍은 사진 작품으로 매년 캘린더를 만들어 연말 외국기업 CEO, 외교사절 등 국내외 지인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있다.

게다가 1992년부터 최근까지 18여 년 동안 국내 및 해외 각지를 다니면서 틈틈이 촬영한 사진 중 대표작 126점과 이에 대한 해설 260여 페이지로 된 사진집을 작년 말 출간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이유는 넓은 세상을 조그만 렌즈에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자신의 의지대로 잘 표현해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 회장의 이러한 문화·예술사랑은 일우스페이스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콘크리트 숲 같은 도심에도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휴양지가 존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 회장은 일우스페이스가 고궁, 미술관 등 주변의 문화 시설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도 차별화된 공간으로서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조 회장의 기대와 맞물려서 일우스페이스에는 각종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여행존과 간단한 업무가 가능한 비즈니스 카페 라운지도 있어 시민들에게 유용한 장소로 자리매김 하는 중이다.

▲김인숙 작가의 2007년 作 Saturday night room
◇김인숙 개인전: 위대한 거울 Speculum Majus

일우스페이스는 제1회 일우사진상의 수상작가 김인숙의 개인전을 가진다. 2010년 11월 18일부터 2011년 1월 9일까지 53일 동안 일우스페이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김인숙의 대표작업인 ‘Langen foundation(2010)’·‘Saturday night room(2007)’과 초기 작업인 ‘Faces with no name(2002)’ 시리즈를 선보인다.

김인숙은 현재 독일을 근거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로 작년 일우사진상에서 올해의 주목할 만한 작가 2인중 1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1969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인숙은 2001년 독일 뒤셀도르프로 떠나,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세계적인 사진작가인 토마스 루프(Thomas Ruff)를 사사하게 되면서 대규모의 연출기법을 이용한 완벽한 퀄리티의 사진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김인숙은 독일 여성의 집단적이며 동시에 개인적인 정체성을 관찰한 초기작업‘Face with no name(2002)’시리즈를 거쳐 ‘The auction(2006)’·‘The dinner(2005)’ 등 일련의 작품들을 통하여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여성의 육체, 이러한 이미지들이 범람하는 현대사회와 그 구조에 의해 희생당하는 여성에 대해 얘기해왔다.

이러한 주제들이 발전되어 종합적으로 드러나는 작업이 ‘Satuday night(2007)’ 이다. 66개의 방의 창문을 통해,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각의 비밀스럽고 개인적인 일들이 길거리로 여실히 드러나 보이는 뒤셀도르프의 한 호텔을 찍었다. 각각의 방에서는 익명의 사람들이 인공적인 조명 아래 홀로 밥을 먹고, 늦은 밤 외출을 준비하고, 도청을 하고, 술을 마시고, 살인을 저지른다.

또 작가가 현대사회와 구조의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은 유 리 건물로 표현되는 투명성의 부각이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보장 받고 안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유리라는 재료는 그것과는 상반되는 재료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현대 건축물에서 선호되는 재료이다.

유리 건물 그 자체는 철저한 감시와 통제 속에 있지만 실제로 모든 건물의 내부는 외부에서 환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아이러니를 김인숙 작가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라는 주제를 작가 특유의 영화적인 대규모의 연출 방식으로 풀어내는 김인숙 작가의 작품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사진을 한편의 시와 같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한편의 서사시 같은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김인숙 작가의 사회와 현대인들에 관한 오늘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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