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주택과 오피스텔의 ‘잘못된 만남’

입력 2010-11-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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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수 제한·상업시설 비율 등 건설사 ‘고민해결’

법의 맹점을 이용한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한집살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내 곳곳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을 한데 모은 건물의 분양광고를 쉽사리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복합건물은 가구 수 제한 및 상업시설 비율 등 건축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건설사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현행 도시형생활주택의 가구 수는 주거·상업지역에 관계없이 150가구 미만으로 제한돼 있다. 이것을 300가구 미만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는 있으나 아직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에 법안이 통과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건설사들은 현 규정대로 도시형생활주택을 150가구 미만으로 구성하되, 가구 수 제한이 없는 오피스텔을 결합하는 방안을 택하게 된 것이다.

‘용도용적제’ 역시 복합건물 탄생의 또 다른 이유다. 용도용적제는 상업지역에서 주거시설을 지을 때 용도에 따라 용적률을 적용해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거와 상업시설의 비율이 7:3이면 용적률 650%, 6:4면 용적률 700%을 인정받는 식이다. 즉 도시형생활주택은 공동주택으로 분류되므로 용적률을 최대로 적용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상업시설 비율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오피스텔은 주거시설이 아닌 상업시설로 인정되기 때문에 별도로 상가 비율을 맞출 필요가 없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두 상품을 함께 지음으로써 가구 수 제한과 용적률, 상업시설 비율 등 큰 고민거리를 한 번에 해결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복합건물이 미래 주택시장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최근 등장한 복합건물은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정부와 도시형생활주택 건립에 목마른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과도기적 상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반시설 확보 등의 의무가 결여된 소형주택의 난립은 주택의 질적 향상과도 대치되는 부분으로, 기본적인 주거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실장은 “현 주택정책이 일시적 시장에 대응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과거 무분별한 다가구주택 개발이 문제를 야기했듯, 공급을 단기간내 해결하려 하다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용도가 불분명한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도시형생활주택 역시 자칫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질될 수 있어, 더 늦기 전에 정부차원에서 손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오피스텔은 1가구2주택의 적용을 피할 수 있는 대표적인 투자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서민층의 실수요 목적인 도시형생활주택과의 만남이 오피스텔의 투자 메리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즉 오피스텔로만 구성된 건물보다 주거환경이 열악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임대수익률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일례로 주차면적만 보더라도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동도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동도센트리움은 1가구(1실)당 0.4대 정도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상품(도시형·오피스텔)간에 주차공간을 구분하지는 않고 있다. 다른 복합건물 역시 이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오피스텔이라 하면 1실당 1대 정도의 넉넉한 주차공간을 떠올리지만, 1가구당 약 0.3대만 주차면적을 확보하면 되는 도시형생활주택과 합해지면서 그 공간이 현격히 줄어든 것이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 소장은 “도시형과 오피스텔을 결합한 건물의 분양이 늘고 있는데,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상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분양가가 적절한지, 임대수익률은 얼마나 나올지,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분양을 진행 중인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복합건물로는 한미파슨스가 짓는 ‘서울대입구역 마에스트로’(도시형생활주택 84가구, 오피스텔 208실), 동도건설의 ‘동도센트리움’(각각 138가구, 274실), 애경그룹 계열사인 AM PLUS자산개발의 ‘대림역 와이즈플레이스’(96가구, 198실), 신세계건설이 선보이는 ‘신세계 로제리움’(66가구, 130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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