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0년 겨울 삼성의 최대 화두는 ‘젊음’

입력 2010-11-10 13:26 수정 2010-11-1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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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홍종현 기자
“요즘 사내 화두요? ‘젊음’이죠.”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는 김 모 과장의 말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연이어‘젊은 조직론’을 역설하면서 삼성그룹 임직원들은 조직의 대규모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욱이 삼성에버랜드에 이어 삼성카드,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의 금융계열사 등이 연이어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젊은 조직론’에 대한 후폭풍이 임원급을 넘어 직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임원 가운데 비교적 나이가 많은 임원들은 세대교체로 인해 설 자리가 사라질까봐 전전긍긍이다. 특히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제 ‘40대 임원-50대 초반 사장’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실상 임원승진의 꿈을 접은 고참 부장들은 최근 계열사들에 이어지고 있는 희망퇴직 바람이 자신에게도 닥치지 않을까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이다.

비교적 젊은 편인 차장급 이하 직원들도 이 회장의 ‘젊은 조직론’으로 인해 창의성을 가진 직원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상황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다.

◇ 40대 임원-50대 초반 사장 시대 도래하나=삼성이 젊은 조직으로 변모한다면 ‘40대 임원-50대 초반 사장’의 라인업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삼성 내부에서는 사장단보다 오히려 임원진의 평균 연령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이제 1950년대생 임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사장단만 젊어지는 것이

아니라 임원진의 평균 연령도 함께 낮아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50년대생인 다른 삼성전자 임원도 “몇년 전부터 50대 초반에 사장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40대 중반에 회사를 떠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는 최근 삼성전자의 ‘이육사(이공계 출신, 1960년대생, 40대)’출신 임원이 전체 임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절반을 훌쩍 뛰어넘은 삼성의 40대 임원이 더욱 늘어날 것이 유력하다는 것.

특히 젊은 인사의 초점이 임원이 아닌 사장단에만 맞춰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삼성 임직원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사장단의 연령이 50대에서 60대 초반이 대부분이어서 지금보다 더 낮아지면 삼성맨들의 근속 연수가 지나치게 짧아져, 자칫 조직에 대한 애정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연말 인사에서 사장단의 평균 연령은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임원진을 ‘창의성’이 있는 젊은 인재들을 등용시켜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이건희 회장의 결심 만이 남은 듯 하다.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석 등 연이은 대외일정을 소화할 예정인 이 회장이 아시안게임 이후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인사에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지 삼성 안팎의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삼성의 인사 기준이 다른 그룹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 “유난히 이번 겨울은 춥네요”= 삼성 계열사의 고참급 A부장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 만큼 올해 인사철은 유난히 걱정이 많이 되네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A부장은 임원 승진을 앞에 두고 있는 승진대상자 중의 한명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계열사들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고액연봉을 받고 있는 고참 부장급들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임원 승진연한을 넘긴 부장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A부장은 “희망퇴직제도는 각 계열사별로 계속 시행하고 있지만 올해에는 희망퇴직제도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비슷한 연차의 부장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향후 진로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희망퇴직을 실시한 곳은 생명, 화재, 카드, 증권 등 금융계열사와 서비스계열인 삼성에버랜드 등이다.

이들 기업은 근무연수가 오래된 고액 연봉자와 부장급 고참 간부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삼성의 희망퇴직을 두고 ‘세대교체’를 위한 전주곡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어 ‘삼성맨’들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실시하는 통상적인 경영활동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그룹 차원의 인위적 구조조정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현장의 느낌은 그룹의 공식입장과는 온도차가 현격하게 나고 있다.

◇ ‘이재용號’ 출항 위한 준비=이건희 회장의 ‘젊은 조직론’ 발언이 나온 후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장 승진여부다.

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과 동시에 경영 전면적에 나설 경우 지금까지 경영수업과 조력자로써의 오너 일가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촌지간인 정용진 부회장도 경영전면에 나선 상태이고 두 살이나 어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경영전면에 나선 상황이어서 현재 COO(최고운영책임자)로서의 역할보다 좀 더 중책이 맡겨지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이 부사장의 승진은 이부진, 이서현 전무 등의 승진 및 중책 기용 등도 예상되는 등 3세 경영인 체제가 성큼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부사장이 오는 12월 단행될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게 되면 임원 인사도 연쇄적으로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1968년생으로 올해 40대 초반인 이 부사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경륜이 있는 임원들도 필요하지만, 젊은 감각을 지니고 있는 임원들의 활약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도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 밑에서 부회장으로 오랜 기간 재직했던 사실과 오너 일가의 직급이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밖에 안된 이 부사장의 승진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오너로서 지금도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영에 일조를 하고 있다”며 “오너 일가의 승진시기가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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