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차세대뉴리더]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소통의 리더십’ 글로벌화 추진력으로

입력 2010-11-01 11:00 수정 2010-11-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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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행복하려면 직원먼저 행복해야"…소탈한 모습으로 '오너' 권위의식 탈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 22일 신세계백화점 8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신세계)
신세계백화점 개점 80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10월 22일, 정용진 부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의 새로운 비전이나 전략이 나오지 않을까 궁금해 오전 11시쯤 신세계 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내행사라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됐지만 9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2시간을 넘기며 계속되고 있었다. 이 임원은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보고 있어 통화를 하기 힘들다는 말부터 꺼냈다. 정 부회장이 연단 아래로 내려와 새 사원증을 직원들의 목에 걸어주며 세세한 의견까지 듣느라 여념이 없다는 것이었다.

◇정용진 부회장의 리더쉽은 ‘소통’= 정 부회장은 기업 오너지만 그에 걸맞는 권위의식 등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 기념식에서도 보았듯이 정부회장의 리더쉽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위 아래를 가리지 않고 소통하고 격의없이 리더의 진정성을 조직원들에게 전달한다는 데 있다. 신세계 고위 임원은 “한국 유통업에 대한 전략을 갖고 신세계라는 거함을 이끌고 있지만 오너로서의 그 이면에는 일반 직원부터 고위 임원에까지 종합적으로 의견을 묻는 소통의 방식이 있다”며 “정용진식 리더쉽의 근본은 한마디로 ‘소통’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원들과의 소통도 조직을 이끌어가는 버팀목이다. 사내 통신망을 통해 주임님,대리님 붙여가면서 격식 없이 편하게 이야기한다. 만날 때도 오너라는 권위를 버리고 소탈하게 농담도 하면서 편하게 리드한다.

신세계의 과장급 직원은 “매장 오픈 기념 행사나 음악회 등에서 직원들이 먼저 다가가 같이 사진찍자고 할 정도로 직원들에게 열린 마음의 소유자”라며 “고객이 행복하려면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소통은 조직에 그대로 녹아 들어 유통강자로서의 신세계의 위상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 차세대 뉴리더 1위로 뽑혔던 동갑내기 사촌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아직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면, 대한민국 대표 유통기업 신세계를 이끌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의 현주소는 오너 경영자로서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려 출발부터 합격점을 받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취임 후 한달에 한번 있는 정기 임원회의에서 실적 문제로 임원들에게 큰소리를 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대부분 자신보다 10살 이상 많은 본사 임원이나 지역 점장들에게 향후 목표와 전략을 강조할 뿐 예상만큼 실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질책하지 않는다는 것. 단지 오너로서 큰 밑그림을 그리고 세세한 것은 자신과 함께 시작한 각 부문별 전문경영인을 믿고 사업을 추진한다.

▲정용진부회장이 사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신세계)
◇삼성家 경영방식+정용진식 전략 시너지 = 이같은 경영방식 삼성그룹의 선대회장 호암 이병철 회장부터 정용진 부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 회장까지 3대에 걸쳐 내려온 경영방식이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경영은 한마디로 소통에 있다. 윗세대 오너와는 다르게 임원부터 사원까지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고 사업에 반영한다”며 “그러나 큰 그림을 그리고 각 부문별 책임경영에 대한 부분은 삼성가의 전통에 따라 그대로 이어오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가 취임하면서 오너 경영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각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해온 전문경영인들이 그의 옆에 포진했다. 박건현 백화점부문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센텀시티점 등을 거치는 등 20년 이상 현장에서 일했고, 이마트 최병렬 대표는 1996년부터 이마트 분당점 서부산점장 등 이마트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다.

정 부회장이 13조 매출을 올리는 유통공룡 신세계를 이끌수 있는 건 경험많은 임원들 보다 풍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경영의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취임 후 곧바로 이마트의 ‘가격 혁명’을 내세우며 이마트의 정체성을 대형할인마트 본연의 가격 경쟁력에 촛점을 맞췄다. 경쟁사에 비해 규모에서 뒤져있던 백화점은 ‘지역 1번점’을 지향하며 업의 본질에 충실한 결과 대부분의 지역에서 월등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일례로 미식가로 소문난 정 부회장이 식품부문에서의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식품매출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사실이다. 백화점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한 디자인 부분 역시 신세계 영등포점과 강남점을 리뉴얼하며 지역 1번점으로서의 위상을 갖추어가는 주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경영을 하는데 나이가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회의 때 보면 경험많은 임원들이 생각하지도 못하는 내용을 전문적인 지식을 통해 풀어내는 걸 보면 매번 오너로서 경영인으로서 새롭게 볼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임원은 식품과 디자인 부분에 대한 밑그림은 향후 4~5년간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새롭게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듣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부회장의 조직 내 소통과 국내외 유통업에 대한 독특한 전략은 시너지를 일으키며 수년 내 신세계를 세계적인 유통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이병철-이명희-정용진으로 이어지는 오너 경영과 새로운 세대의 조직 운영 방식이 신세계만의 발전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차세대 한국경제의 뉴리더로서 정 부회장의 진가가 수년 내 발휘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용진 그는 누구?=해외 유학을 마치고 입사 14년만인 2009년 12월 신세계 최고자리에 오르게 된 정용진 부회장은 삼성가 3세대다.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회장의 1남 1녀 중 장남으로 1968년 태어났다. 재계에서 차세대 오너로 비교 대상에 오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는 사촌지간으로 나이도 같다.

정 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학 경제학과를 마치고 1994년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에 입사한 이래 신세계백화점 도쿄사무소 등을 거쳐 지난해 총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까지 15년 동안 경영수업을 쌓았다.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이 기업 오너로서의 자질과 유통업의 큰 그림을 가르쳤다면, 구학서 회장은 경영자로서의 입문 과정부터 고수(?)가 되기까지의 멘토 역할을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10여년간 구학서 회장으로부터 경영 전반에 대한 것을 바로 옆에서 배웠다”며 “구회장의 전략가로서의 면모와 재무통으로서의 꼼꼼한 회사 관리 방식 등 모든 것을 체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호암에서부터 시작돼 막내딸인 이명희 회장을 거쳐온 경영철학 ‘고객제일주의’는 정 부회장이 올해 주도한 소비자 혁명을 통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 오로지 경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정부회장은 트위터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신의 일상을 전하면서 이마트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불만에 일일이 답변한다.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에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이 진정 신세계를 아껴주는 고객이기 때문에 기업 대표로서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고객제일주의의 또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마트 피자, SSM문제 등에 대한 논쟁에서도 한국 유통기업 대표로서 할말은 하는 대범함을 보이며 간혹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솔직한 그의 모습 때문에 신세계를 신뢰한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그의 과제는?=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부분은 신세계를 어떻게 세계적인 유통그룹으로 변모시키는가이다. 신세계가 대한민국 유통사에 길이 기록될 이유는 단 한가지다. 세대를 거듭한 오너쉽과 전문경영인의 조화를 통해 까르푸,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 강자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대한민국 최고의 유통기업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올해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두며 경영 능력도 인정받았다. 올초 꺼내든 두가지 카드,이마트의 가격혁명과 백화점의 지역1번점 전략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대한민국 유통의 현주소를 정확히 짚어내면서도 신세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통맞수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이 해외로 영토확장을 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는 동안, 아직까지 정부회장은 내실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이 목표로 내건 세계 유통기업 톱10 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숙제다. 대형할인마트로서는 롯데마트 보다 먼저 중국에 진출했으나 아직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이미 포화상태인 만큼 적극적 M&A나 해외 진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 부회장의 과제는 신세계의 신성장동력을 빠른 시일 내에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만으로 신세계가 글로벌 10걸에 들 수는 없다”며 “언제 어떻게 기업의 몸집을 키우고,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느냐가 정 부회장에게는 기업 오너로서 가장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이마트의 글로벌화, 신성장 업태 개발 등을 통해 '글로벌 유통 톱10'에 진입할 것이라고 계속 강조해왔다. 국내 산업 발전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던 유통산업의 세계화가 2세대 오너의 경영 아래 성공을 거둘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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