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日 '반면교사' 성공하나

입력 2010-10-18 09:20 수정 2010-10-1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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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日 금융정책에서 얻은 교훈 답습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금융정책이 과거 실패로 끝난 일본의 금융정책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양적완화 측면에서는 미국이 일본보다 규모는 작지만 더 공격적으로 추진했고, 금리를 보면 미국과 일본이 모두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등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사진=블룸버그
미국은 결국 일본의 전철을 밟는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금융정책이 과거 실패로 끝난 일본의 금융정책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만지작거리던 출구전략 카드를 내려놓고 성장을 위한 추가 금융완화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그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버냉키 의장은 프린스톤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일본 정책 당국자들에게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 인플레이션이 올 때까지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도록 조언한 바 있다.

일본의 주가는 1989년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2년 뒤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자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7%를 추락했다. 이는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기인 ‘잃어버린 10년’으로 접어드는 계기가 됐다.

당시 일본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 이상으로 급증했고 과거 10년 중 7년은 소비자 물가가 계속 하락했다.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국채와 단기 회사채를 매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미국에서도 2007년과 2008년에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 바 있다.

양적완화 측면에서는 미국이 일본보다 규모는 작지만 더 공격적으로 추진했고, 생산액 창출에 있어서는 양국이 비슷한 경로를 걸었다. 또 금리를 보면 미국과 일본이 모두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등 비슷한 길을 걸어왔음이 확인됐다.

지난달 연준 부의장에서 물러난 도널드 콘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얻은 교훈은 경기 하강 초기 단계에선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책을 강구하되 그것을 너무 성급하게 철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당시 일본 당국자들이 일본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데 충분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학자들의 선봉에 섰던 인물.

WSJ은 버냉키 의장이 이를 후회하고 있으며 연준이 그 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을 미뤄온 만큼 조만간 어떤 행보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보스턴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다"면서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다만 “국채 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추가로 공급할 경우 그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시행 시점이 다음달 초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확실시했다.

오키나 구니오 전 일본은행 금융연구소 소장은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을 둘러싼 탁상공론과 실제 문제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면서 “학자들은 인플레 목표치를 맞추는데 따른 리스크를 간과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 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음으로써 버냉키는 디플레 저지를 위해 예방적인 조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버냉키를 포함한 학자들은 일본이 경기회복 기조에 오른 2000년에 금리를 너무 빨리 인상했다고 판단한 만큼 일본과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후쿠이 도시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는 “버냉키는 학자 입장에서 일본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동시에 성실하기도 했다”면서 “현재 버냉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과거 자신이 받은 것처럼 ‘소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5일 버냉키 의장이 추가 양적 완화를 기정사실화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양적 완화의 규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발언한 점은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양적 완화에 대한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며 “연준은 양적 완화의 규모를 놓고 고심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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