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 말 많으면 말로 망하는 골프

입력 2010-10-08 08:59 수정 2010-11-2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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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여자대회의 한 장면. 신지애(왼쪽)와 허윤경이 갤러리들에 둘러싸여 다름홀로 이동중이다. 사진=KLPGA

골프는 재밌다.

4사람이 라운드를 하면 4사람 다 즐겁다.

내가 잘 쳐서 버디를 잡으면 내가 신난다.

내가 양파(더블파)를 해보라.

더없이 기뻐 날 뛰는 3사람. 뒤돌아서 입을 아주 크게 벌리고 실실 쪼갠다. 물론 찍소리 않고.

이렇게 한 샷, 한 홀을 지나면서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호주머니가 가벼워질, 혹은 두둑해질 4시간30분의 그린혈투. 플레이는 그렇게 시작된다.

골프의 재미는 말(言)싸움. 초보자일수록 침을 더 튀긴다.

요즘은 캐디 1명, 전동 카에 캐디백을 4개 싣는다.

제비뽑기로 오너가 된 노가리씨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선다.

어딘지 모르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스탠스도 어색하다.

이때 노씨는 캐디에게 말을 건넨다. 수다가 시작된 것.

마치 주입설출(酒入舌出)같다. 술을 먹으며 혀가 나온다는 말이다. 그만큼 말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노가리씨가 먼저 시동을 건다.

“언니, 어떻게 쳐?”

“티 꽃고 치세요.”

“드라이버로 칠까?”

캐디, 속으로 ‘아니면 손으로 치리?’

“그렇게 하시지요.”

“어디 보고 치지?”

“볼 보고 치세요.”

“어디로 치지?”

“앞보고 치세요.”

티잉 그라운드에서 말이 길어진다.

“280야드는 날려야 되는데, 언니?”

캐디, 속으로 ‘니가 타이거 우즈닙까.’

“힘 빼면 되요.”

“어떻게 힘 빼고 쳐?”

“앗! 죄송, 힘 빼는데 3년 걸리는데.”

날(生)초보에게 너무 어려운 일.

옆에서 지켜본 동료들이 그냥 있을 리가 없다. 속 터진다.

“그냥 쳐라!”

“빨리 쳐라!”

“대충 쳐라, 이눔아!”

그래도 노가리씨는 아랑곳 않고 또 묻는다.

어드레스를 하고나서

“언니, 제대로 된 것 같아?”

“잘 모르겠는데요.”

“언니 왕초보?”

입이 댓발. “18년짼데요”

“언니, 저기 소나무 방향?”

캐디, 약간 신경질이 난 목소리로 “그냥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똑바로 치세요.”

백스윙을 하려다 또다시 질문공세.

“언니, 내 스윙이 맞나?”

“글쎄요. 톱에서 오버스윙 하는데요.”

“그렇지, 그래서 거리가 안 나는구먼.”

캐디, 슬슬 화가 나기 시작.

“사장님, 빨리 치세요. 뒤 팀 와서 기다려요.”

“알았어. 자, 그럼 친다. 으~랏차차!!”

웬 괴성? 결국 볼 대가리치며 토핑. 삑사리 났다. 볼은 사실 대가리뿐, 몸통이 없다.

날아간 거리 23야드. 그것도 안 들어가 될 왼쪽 워터해저드로 직행.

노가리씨는 “감은 좋았는데”라며 드라이버를 땅에 팽개친다.

뒤 팀 및 캐디 포함해 9사람 모두 속으로 ‘에구, 비~잉신~’.

동반자 3사람은 뛸 듯이 기쁘다.

하지만 위로한다. 무척 안 된 표정을 지으며.

“스윙이 조금 빨랐나봐”

“헤드업 했나봐”

“보기로 막으면 되지 뭐.”

결과는 ‘양파+1’로 끝났다.

결국 말 많은 자 말로 망 한다.

머리보다 몸으로 하는 골프...장고(長考)끝에 (惡手)둔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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