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구한 물량 비싸다고 안사가..."

입력 2010-10-04 06:00 수정 2010-10-0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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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물러 터진 배추 반값에 김치 공장 넘겨...반입량 작년 이맘때 절반에도 못미쳐

▲지난 1일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중도매상인들이 경매에 앞서 지방에서 싣고 올라온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사진=홍석조 기자)
지난달 27일 배추 소매 가격이 한 포기당 1만3800원으로 치솟아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서민들의 식탁에 빨간불이 켜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상인들도 태풍 곤파스와 기습적인 폭우의 영향으로 배추의 입고량이 반 이상 줄어든데다 비싼 가격 때문에 잘 팔리지도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주일째로 접어든 배추값 파동실태를 점검하기위해 지난 1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중도매인 김모(52)씨는 “경매시장에서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이 너무 적다 보니 가격이 올라간다”며 “상인들이 물건을 가져다 놓지 않을 수도 없고 손해를 보더라도 단골들 때문에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료 중도매인이 경매때 3만3200원(10kg 한 망)에 구매한 배추를 비싼 가격에 팔리지 않아 배추가 물러지기 시작해 구입한지 3일 만에 거의 반값인 1만7000원에 김치 공장에 넘겨 막심한 손해를 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강원도에서 배추를 싣고 올라온 트럭 운전사 이모(55)씨는 “작년 이맘때 일주일에 3~4번 배추를 싣고 왔지만 지금은 일감이 줄어 (일주일에) 1~2번 일하기도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배추 경매를 진행한 오현석(42) 경매사는 “작년 이맘때는 하루 80~90여대의 트럭이 들어왔지만 올해는 40~50대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배추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오히려 소비가 대폭 줄어 상인들이 힘들어 한다”며 “추석 이후 소비가 줄어드는 시기기도 하지만 언론에서 배추값에 대한 이야기 너무 많이 보도돼 소비가 위축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50여대의 트럭이 들어온 이날, 오후 11시에 시작한 경매는 반입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탓에 30분도 지나지 않아 끝났다.

경매 취재를 마치고 발길을 돌리던 무렵, 40년째 가락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해온 김모(75) 할머니는 “농사는 하늘이 짓는 것이다.그동안 장사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일주일간 50만원을 손해 봤다”고 하소연했다.김 할머니는“작년 이맘때 매일 30~40망을 가져다 팔았는데 올해는 가게를 비워둘 수 없어 손해를 보더라도 10망만 가져다 판다”고 말했다.

전창곤 농촌경제연구원 농산물유통정책 팀장은 “농민들은 자본이 여유롭지 않아 위험을 감수하면서 직접 재배하지 못하기 때문에 농민들 대부분이 파종 후 중간상인들에게 판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정부가 농민들을 지원해 직접 재배할 수 있도록하고 저온저장시설을 늘려 수급 조절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정부가 중국산 배추 150t을 긴급 수입키로 한 것과 관련 “150t은 배추 수급에 영향을 미치기에 너무 적은 양”이라며 “(정부가) 날씨가 좋지 않을때 미리 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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