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역습]2000년과 현재 전세급등의 닮은꼴 다른꼴

입력 2010-10-05 11:12 수정 2010-10-0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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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서울 개포동 대청아파트. 당시 이 아파트의 가격은 9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전세가격은 8000만원에 달했다. 외환위기로 너나없이 집을 팔고 전세로만 수요가 쏠린 탓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90%에 달했던 것.

이렇게 강남에서 시작된 전세대란은 2000년 이후 수도권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실제로 2000년 12.89%가 오른 서울 전세값은 2001년 22.03%으로 더 뛰어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한다.

외환위기를 겪은지 10년이 지난 요즘. 또다시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매매가격은 올 초부터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유독 전세가격만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 이렇다보니 매매값과 전세값의 갭(차이) 역시 또다시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9월 현재 서울지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은 39.77%로 2005년 4분기(41.01%) 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매매값은 내리고 전세값은 치솟아 지난 2000년 외환위기 이후의 전세대란과 판박이 현상이 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닮은꼴 현상은 이뿐이 아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공급물량(입주물량) 급감이 그것.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건설사 줄도산으로 착공과 분양물량이 줄어들면서 2000년 이후 입주물량이 크게 쪼그라 들었다. 이는 당시 전세대란을 가중시키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했다.

같은 맥락에서 주택수급(공급물량 축소)이 최근 전세난을 키우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2008년 적용된 분양가 상한제로 민간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급을 확 줄였기 때문이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올해 입주물량은 39만6990가구. 하지만 내년에는 17만5382가구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전세대란이 쉽사리 멈추기 힘들다는 전망에 힘이 실어지는 이유다.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이 닮은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차이는 아파트 가격. 외환위기 이후에는 전세값 상승과 더불어 아파트가격도 상승일로에 들어선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

특히 2000년 이후 강남 아파트에 투기 바람이 불면서 가격이 수직상승하게 된다. 분양가가 수천만원이던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우성아파트가 10억이상으로 뛰어 오른 것도 이 당시 때 얘기다. 전세값이 오르고 매매값도 덩달아 오르자 실수요자들이 추격매수에 나선 것. 실제로 2002년과 2003년에 이르러 서울 집값 상승률이 31.0%에 이르자 전세가는 6.5%로 약세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세로 살던 사람들이 다시 매매 수요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최근에는 집을 사야하는 실수요자들이 전세만 찾고 있다. 게다가 기존 전세에 살던 사람들마저 재계약으로 눌러앉으려 하다보니 아파트 가격은 내리고 전세가격만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정부대책의 약발도 판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한시적 양도세 폐지 등 파격적인 조치를 내놓는다. 연일 이어지는 부양책에 시장이 서서히 달아오르더니 강남 재건축을 위시해서 활활타오르게 된 것.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꽁꽁 틀어막은 것도 과도한 부양책이 시장과열의 원인이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반해 최근의 4.23대책과 8.29대책은 시장에서의 약발이 미미한 수준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한시적 폐지라는 특단의 카드 조차 먹히지 않을 정도로 주택구매 심리가 위축된 상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나 양도세 폐지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가 있지만 정부는 "추가 대책은 없다"며 버티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가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택구매를 시기를 관망하는 실수요자들이 전세를 선호하고 있는 데다 신혼부부와 학군이사 수요는 항상 꾸준하기 때문이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분양팀장은 "2011년까지 전셋값이 오를 것으로 판단된다.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반등을 이끌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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