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경제학의 역설]양배추값 4배 껑충…상인과 농민 '동반 딜레마'

입력 2010-10-01 11:23 수정 2010-10-0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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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떼기 거래 농민들 수확 어려워 ‘발동동’, 자작농 수확철 맞아 가족경제 보탬 ‘활짝’

▲배추 출하량 급감으로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1일 오전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주부들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김치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배추때문이다. 배추 한 포기에 1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크다. 정부와 대형마트는 결국은 중국까지 날라가 값싼 중국산 배추까지 공수하고 있다.

이달들어 포장김치 가격이 최소 10%, 최대 30%까지 오를 전망이다. 배추값이 치솟자 김장철을 앞두고 밭떼기를 한 농민과 상인은 곳곳서 갈등이다. 양배추 농가는 때 아닌 호황을 맞았고 소비자들은 이참에 자작농이나 해볼까 고민하고 있다. 김치의 경제학이 날개를 펴고 있다.

◇배추가 뭐길래…농민·상인 갈등 심각=배춧값이 폭등하자 민심이 흉흉하다. 밭떼기로 거래된 배추가 작황이 좋지 않자 배추 산지에는 중가상인과 농민들의 감정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중간상인들이 밭떼기로 거래한 배추값을 작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농민들 에게 지급하지 않으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지난 달 30일 충북 청원군 낭성면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이 모씨(71ㆍ남)는 이번 배추 수확기에 유통업자로부터 잔금을 받지 못했다. 유통업자가 이 씨 와 계약한 배추밭에서 태풍과 배추 뿌리가 썩는 병으로 배추 수확이 어려워 지자 잔금을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배추 밭떼기는 보통 씨를 뿌리기 전후에 유통업자가 금액을 지불하고 작황에 상관없이 농민에게 일정한 돈을 지불하는 계약이다. 밭떼기는 풍년 때 농민이 이익을 얻을 수는 없지만 흉년 때 일정한 소득을 보전받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부 고령의 노인들이 거주하는 농촌을 중심으로 유통업자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

이 씨의 마을 농민들은 배추밭에 씨를 뿌릴 때 유통업자로부터 10%의 계약금 을 받는다고 한다. 배추 수확기가 되서야 90%의 잔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곤파스 태풍 등 이상기후로 이번에 배추를 수확하기 어렵게 되자 유통 업자는 농민들에게 잔금 치르기를 거부했다.

이 씨는 “유통업자의 횡포는 이전에도 있었다”며 “배추 작황이 좋지 않을 때 잔금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제시하며 금액을 깍아달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유통업자가 갑이 되는 농촌 현실이 울분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민들은 잔금을 치뤄주지 않는 유통업자 앞에서 계약금을 던지며 가져가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유통업자는 농민들을 상대로 계약금마저 토해내라고 하는 실정이다.

밭떼기로 물량을 넘겨 완불을 받은 농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산시 팔봉면 양길리 마을 주민들은 대표적인 양배추 농가다. 집단으로 양배추를 재배하며 양배추 작목반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마을 주민들 이 고민에 빠졌다. 배추 작황이 나빠져서 계약대로 유통업자에게 줄 배추가 없어서다.

일반적인 일정 금액을 보장해주는 밭떼기 계약을 한 마을 주민들은 유통업자가 손해를 입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마을주민 한씨는 “유통업자가 손해를 어 떻게든 다음에 메꾸려고 한다”며 “농민들에게 불똥이 언제 튈 지 모를 일이다”라고 말했다.

◇양배추, 제주 밭떼기 거래가 4배 폭증=최근 몇 년간 가격폭락으로 산지에서 직접 폐기까지 했던 양배추가 배춧값 폭등으로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공무원들이 지갑을 털어 매수사업을 벌였던 양배추지만 올해에는 값이 크게 올라 농민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1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8월 하순부터 아주심기(정식)에 들어간 제주시 애월 한림 구좌 등 양배추 주산지에 양배추를 밭떼기로 구매하려는 중간상인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밭떼기 거래가격도 3.3㎡당 7000∼8000원으로 지난해 1500∼2000원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뛰었다. 제주도에서는 양배추값 폭등으로 농민 소득이 300억원 이상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처럼 제주산 양배추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기상여건 때문에 주산지인 강원도 대관령과 충남 서산 재배지역의 피해가 커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추값이 오르면서 양배추에 대한 대체재 역할로 시장에서 크게 환대받는 것도 이유다.

당초 제주도는 최근 5년간 평균 재배면적보다 6% 증가한 1720㏊를 재배할 것으로 예상해 과잉생산을 우려했지만 오히려 대박이 났다. 이미 8월과 9월 초순에 아주심기에 들어간 조생 양배추는 대부분이 밭떼기로 거래가 끝난 상태다. 지난달 중·하순에 들어간 중·만생 양배추도 이미 10% 이상이 밭떼기로 거래된 것으로 제주도측은 추정하고 있다.

◇이 참에 자작농 한 번 해봐!=배추가격 폭등으로 기존 배추 자작농들은 이번에 효과를 제대로 봤다. 자신들의 손으로 친환경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한다는 이점도 있지만 경제적인 효과가 컸다. 광주에 사는 김종윤(회사원ㆍ30세)씨는 배추 300포기 수확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포기 당 1만5000원으로 계산하면 450만원에 해당되는 양이다. 배추 묘 종이 한 판(100포기)당 1만 5000원인데 300포기를 계산해보면 비료 비용을 계산해도 판매시 이익이 크게 남는다. 단순 숫자로 계산해도 수익률이 50배나 된다. 사실 김 씨가 배추를 심은 이유는 가족과 친척 모두에게 배추를 주기 위해서 다. 이전부터 자작농을 해왔던 김 씨는 심고나서 너무나도 오른 배추가격에“배추 심기를 너무 잘했다”고 말했다.

지리산 둘레길 근방에 사는 정경아(46·주부)씨는 평소 배추를 사먹지만 “배추를 자기 손으로 기르는 것이 만족감이 큰 것같다”고 한다. 배추 200포기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정 씨는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보탬이 될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배춧값이 뛰자 마트에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은 한숨이 커지고 있다. 김정자(주부ㆍ59세)씨는 “지난해 시골에 땅을 살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에 배추값이 오르고 나니 안산게 후회가 된다”며 “앞으로 채소는 우리가 직접 지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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