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만남은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그룹과 채권단, 그리고 범 현대가 등이 민감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날 현 회장은 오전 11시 예정된 참배에 앞서 10시 40분경 선영을 찾았다.
이에 앞서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등 임직원 20여명은 고 정몽헌 회장의 선영에서 참배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현 회장과 만났다.
현 회장과 김 사장은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후 현 회장은 곧바로 선영으로 올라갔고, 김 사장 역시 바로 자리를 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매년 고 정몽헌 회장의 기일에 맞춰 선영을 찾고 있다"며 이들의 만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최근 현대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 논란의 핵심이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돼 있다는 점, 또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점에서 이들의 만남은 남다른 관심을 끈다.
또 현대건설은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현대그룹의 경영권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특별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으며, 안부 정도 묻는 수준에서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 회장은 오전 11시 계열사 부서장급 200여명과 함께 선영을 찾아 참배를 마치고 바로 차에 몸을 실었다.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계속 거부할 것인지, 현대건설 인수전에는 참여할 것인지 등의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는 미소로만 답했고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전날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대출금 350억원을 상환해 사실상 거래는 끝났다고 밝힌 것이 현 회장의 대답을 대신해 주는 듯 했다.
외환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과 관련한 팽팽한 줄다리기와 그룹의 숙원인 현대건설 인수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시점에 현 회장의 침묵은 오히려 결연한 의지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