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親서민 정책에 진짜 서민들은 '글쎄'

입력 2010-08-04 15:51 수정 2010-08-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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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원리 지키는 심사숙고 후 정책 마련해야”

“부모 잘 만난 사람은 잘 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못사는 상황이 이어져 부익부 빈익빈이 계속될 것”이며 “가난은 임금도 못구한다.”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씨의 자조섞인 말이다.

MB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親서민 정책'에 대해 자영업자, 택시기사, 학원강사 등 '진짜' 서민들은 의외로 무관심했다. 양극화의 끝자락에 있는 듯 냉담하기까지 했다.

지난 3일 서울 반포동 인근 상점가. 주변의 대형 백화점으로 인해 매출이 줄고 여름 휴가철까지 겹쳐 그나마 오던 손님마저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이곳에서 만난 과일가게 이모씨는 '조상탓'까지 들먹이며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이다. 경기가 좋아졌다 하지만 전혀 실감나지 않고 오히려 더 살기가 빠듯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8일 열렸던 국무회의에서 "성장 과정에 지금 여러가지 서민 경제는 전혀 체감이 안 되고 있다“고 말한 바대로 서민들은 연일 최대영업이익 실적을 내놓는 대기업의 호황과는 딴판이었고 정부 정책에도 무감각했다.

구둣가게를 하고있는 윤모씨는 “친서민 정책을 펼친다는 소식이 들려와서 좋긴 하지만 당장 먹고 살기 바쁘고 공공요금도 오른다고 해서 살림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학원강사 유 모씨는 “집값 높기로 유명한 압구정에도 불황으로 문닫은 학원이 넘쳐난다”며 "친기업 기조를 유지했던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편다니 사자가 사슴보호를 위해 힘쓰는 격“이라며 정부의 중심 없는 정책 기조에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지난달 26일 친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햇살론(신용 6~10급과 자영업자에게 10~13% 금리로 대출)의 경우에도 은행들이 정부 등쌀에 밀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은행 직원의 반응도 시원치 않았다.

한 은행원은 “어쨌든 대출해 주는 것 아니냐. 미봉책에 불과해 은행은 물론 갚을 능력이 없는 대출자까지 모두다 폭탄을 떠안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친서민 정책은 임시방편으로 만든 게 많아 신뢰성이 없다”고 밝혔다.

모 택시기사는 “그래도 서민들에게 돈이 풀리지 않겠느냐”며 “친서민 정책은 서민들의 구석구석을 어루만져주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서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모습이었다.

윤성호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같이 서민들이 정부 정책 추진에 관해 무관심한 것에 대해 “일종의 학습효과다"며 "이전 정부들도 친서민의 슬로건을 내걸고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서민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새로운 대책을 내놓아도 기대치가 낮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이전에 시도됐던 수많은 친서민 '공약'(公約)들이 '공약'(空約)으로 변질되며, 제대로 정책실현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 크다는 것이다. 내수활성화 방안과 정부정책에 힘입어 서민층에까지 경기회복과 활성화의 혜택이 고루 퍼지는 '적하효과'(trickle-down)를 크게 기대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정부때 '2010년경까지 서민 주택 공급 문제를 임대 주택으로 해결하겠다'던 정책은 현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주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가 118조에 달하는 등 자금난에 빠지고 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혀 정책 혼선을 빚고 있다.

이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웠던 '반값 등록금' 공약도 결국 '등록금 후불제'로 변질되며 재학 기간동안 잠시 유예하는 효과를 낳았을 뿐 실질적으로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실패한 것 등이 서민들이 MB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아직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다.

윤 교수는 “깊은 고민 없는 설익은 정책은 역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큰 경제 원칙인 경쟁에 벗어나지 않게 심사숙고해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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